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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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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많은 집에서는 대부분 아프거나 성격이 모나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받지만 말 잘 듣고 큰 문제없이 자라는 착한 아이는 방치되기 일쑤다. 사실 이런 일은 집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에서도 언행에 문제가 있고 성질이 나쁜 사람에게는 비위를 맞추려 하고(권력이 있다면 더더욱) 규범에 순응하고 착실하게 자기 일을 하며 나서지 않는 사람들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나 보다.

사람을 잘 보는 나는 이런 처사가 너무 못마땅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행동한 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못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게 편하게 세상 사는 이치인가 보다. 자신의 행실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뭐~ 언젠가는 뿌린 대로 거두는 날이 오겠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대할 때 미운 놈은 무시하고 착한 사람만 존중한다.

 

그런데 텃밭을 가꾸다 보니 작물들에게는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처럼 단호하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지 않으나 병충해가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작물들을 더 자주 관리하고 내가 좋아하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는 작물들은 방치하게 된다. 소위 미운 작물 떡 하나 더 주는 격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작물을 잘 관리하여 키우는 것이 생산성이나 효율면에서 훨씬 유리할 텐데 구색을 위해 키우는 손 많이 가는 작물들을 차마 버리지는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신경 써서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가성비 떨어지게 일하는 꼴이다.

미운놈 대표주자 오이
미운놈 가지

 

미운놈 애플토마토

텃밭 작물 중에 가지과(가지, 고추, 토마토등)나 십자화과(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겨자등) 작물들은 대체적으로 손이 많이 가거나 병충해가 심한데 좋아하고 즐겨 먹는 것은 아니나 텃밭에서 항상 키우는(혹은 키워야만 하는) 것들이 많다. 대부분의 미운 놈들인 것이다.

반면에 국화과(상추, 쑥갓 등)나 백합과(양파, 대파, 부추, 마늘 등) 채소들은 좋아하는 작물들이라 꼭 키우는데 병충해가 별로 없다 보니 늘 알아서 자라도록 방치하고 있다. 사실 제대로 키우려면 액비도 줘야 하고 북주기도 해야 하고 신경 써서 키워야 하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방치되기 일쑤다.

열심히 방치중인 감자와 대파
방치중인 옥수수
방치중인 땅콩
방치중인 대파(순천동파)

사실 텃밭에서 내가 정성으로 관리하고 싶은 작물은 대파나 땅콩, 옥수수 같은 내가 좋아하는 작물들인데 김장을 위한 고추나 배추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고추는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보니(특히 유기농으로 키우려면 더욱 손이 많이 간다) 아무래도 고추나 토마토를 혼신을 다해 키우게 된다. 참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