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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단영마늘과 두백 감자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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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영마늘

마늘은 늘 한지형 마늘을 심는다. 난지형 마늘은 맛이 없어서 누가 줘도 먹지 않는다. 이곳에는 한지형 마늘을 심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마늘 수확 시기가 보통 우리보다 한 달 정도 빠르다. 주변 사람들이 마늘을 다 수확했으니 우리 텃밭에 남아 있는 마늘을 보고 간섭하는 사람이 많다. 작년에는 홍산 마늘을 심었었는데 생마늘을 먹기는 좀 매워도 음식에 넣어 먹으면 음식의 풍미가 좋아져서 꽤 괜찮았었다. 근데 실험정신이 투철한 동생님이 올해는 맛 좋기로 유명한 단영 마늘을 심어보자고 해서 단영 마늘을 주로 심고 홍산마늘은 주아와 주아 얻을 것 몇 개만 심었었다. 홍산 마늘은 주아가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아직 수확할 때가 아니고 사실 단영 마늘도 6월 중순쯤 수확하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가물어서 수확 앞두고 물 주기는 귀찮고 단이 너무 말라서 마늘이 말라가는 것 같으니 그걸 보지 못하는 동생이 계획에도 없던 마늘 수확을 단행했다. 이번에 마늘을 너무 신경 쓰지 못한 것도 있긴 하지만 단영 마늘은 마늘이 너무 작다. 원래도 주아에서 바로 키우는 거라 작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작을 줄이야. 그래도 마늘은 진짜 맛있었다. 깔 때부터 냄새가 남다르다. 생마늘로 먹어도 달고 알싸한 맛이 적절하게 어울려 좋은데 구워 먹으니 더 맛있다. 크기가 너무 작은데 주아 나온 것을 또 열심히 키워야겠다. 마늘장아찌를 담아도 괜찮을 것 같고 고기 먹을 때 생마늘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어차피 내년에는 홍산 마늘 주아로 키운 통마늘도 한 접 심을 거라 반은 홍산 마늘 반은 단영 마늘을 키우면 되겠다.

홍산마늘 통마늘

 

농장 텃밭에 남아 있는 두백 감자가 수확할 때가 된 거 같다. 홍감자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심었는데 어쩜 같이 익었지? 갑임 아줌마네 밭에 있는 두백 감자를 뽑아 봤을 때 크기가 너무 작아서 동생이 두백 감자의 수확을 망설였는데 하나 뽑아보니 이미 벌레가 먹기 시작했다. 빨리 수확해야겠다. 또 계획에 없던 감자 수확을 해야겠구나.

갓 수확한 두백 감자

두백 감자는 크기는 큰데 벌레 먹은 것도 많고 덩이줄기가 사방으로 뻗어서 주변의 밭을 다 뒤져야 했다. 숨어있는 감자가 너무 많다. 그래서 작년에 그렇게 감자 이삭이 많이 났었나 보다.

크고 좋은 감자들이 벌레 먹어서 파치가 된 것이 많으니 참 속이 쓰리다. 그래도 3kg 심어서 50kg가량을 수확했으니 감자 농사는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꽤 잘된 편이다.

감자 파치

홍감자와 두백감자는 15kg 정도 우리 먹을 것으로 보관하고 나머지는 다 나눔 할 예정이다. 우리는 감자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으니까.

 

우리 감자 파치는 버리기에는 상태가 너무 멀쩡하다. 그렇다고 좋은 감자 놔두고 파치 먹기는 싫으니 감자 파치 처리가 대략 난감이다. 작년에 식당 하는 안 친한 지인에게 줬다가 알감자도 달라하고 감자 종자도 달라해서 시골 사람의 파렴치함에 치를 떨게 한 전적이 있는지라 이곳 사람들에게는 나눔 하지 않을 생각이고, 그러니 저 많은 감자 파치들은 어째야 할까? 동생이 전분 만들겠다고 하긴 했는데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텃밭 일이 한가득인데 감자 전분 만들 시간은 나려나?

 

아이러니하게 먹으려고 농사짓는데 농사일이 너무 바빠서 수확물을 먹을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