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니 고추, 오이, 호박, 참외, 수박, 가지등 갖가지 열매 맺는 작물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열매를 맺게 되면 영양분이 많이 필요해지니 추비도 하고 물도 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같이 날이 가물 때는 암꽃이 피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무섭다.
우리는 오이를 잘 먹지 않는다. 기껏 먹어봐야 노각을 무쳐 먹는 정도고 그마저도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있으니 먹는 정도? 동생과 나는 미각이 예민해서 오이의 맛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텃밭에서 오이는 키울 예정이 전혀 없던 작물이었다. 근데 작년에 누가 천개오이라는 토종 노각 오이의 종자를 나눔 해 주었다.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심었는데 이게 너무 잘 발아되고 너무 잘 자란다. 덕분에 작년에 오이지옥을 똑똑히 경험했다. 아랫집에도 우리가 준 오이로 오이소박이를 몇 번이나 담았다고 했다. 우리는 노각 몇 개만 먹고 나머지는 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 했다. 우리야 안 먹으니 맛을 모르지만 나눔 받은 사람들이 오이가 쓴맛이 하나도 없고 너무 맛있다고 굉장히 좋아하셨다. 작년에는 오이를 7월부터 10월까지 정말 부지런히 수확했던 것 같다. 마침 백다다기 오이가 끝날 시점쯤에 우리 오이가 나오기 시작해서 모두들 오이를 심지만 나눔 하기는 어렵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전히 오이는 먹지 않지만 토종 종자 보존 차원에서 올해도 또 오이를 심었다. 이번에는 오이 피클이나 만들어보자고 하면서. 작년에는 6월 말경에 암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는 열매가 빨리 맺히려나 보다.
과일을 좋아하는 동생의 애정작물 애플수박과 토종 참외도 암꽃이 피기 시작한다. 작년에 풀더미에 묻혀서 수확이 힘들었던 관계로 올해는 야심 차게 지주대를 세웠는데 잘 타고 올라갈지 모르겠다. 다품종을 지향하는 동생 덕분에 우리 텃밭에는 갖가지 종류의 작물들이 많다. 종류가 너무 많다 보니 세심하게 관리할 수는 없다. 수박이며 참외도 줄기를 잘 유인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 날 가보면 멋대로 덩굴이 뻗어있다. 역시 덩굴 작물들은 키우기 힘들다.
집 앞 텃밭에는 덩굴작물 금지였다. 작년에 호박과 박, 수세미, 오이, 단호박 때문에 여러 작물을 죽였다. 너무 세력이 좋아서 텃밭의 온갖 작물을 덩굴이 다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집 앞 텃밭에는 덩굴 작물은 하나도 심지 않았는데 씨앗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잔사를 버려둔 데서 나는 건지 여러 가지 자생 작물들이 나고 있는데 그중에 단호박이 하나 있어서 동생이 단호박은 키워보겠다고 살려뒀다. 나름 착실하게 자라서 암꽃이 달리기 시작한다. 순을 하나만 키울 거라고 했는데 더 자라면 감당이 될지 모르겠다.
기대 만발인 오색 옥수수의 자루가 달렸다. 옥수수야 동생과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거라 두말할 것도 없이 다다익선. 작년에도 7월부터 수확해 먹었는데 올해도 그렇겠다. 틈틈이 다음 타자 옥수수를 심으려고 하는데 교잡될까 봐 같은 종류로 한 번에 심기 때문에 지금은 2종류밖에 못 심어서 심어야 할 옥수수가 줄줄이 대기를 타고 있다. 오색 옥수수의 열매가 익어갈 쯤에 다음번 옥수수를 심을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익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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