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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청양고추 첫 수확 그리고 수확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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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텃밭의 청양고추

청양고추는 내가 요리에 자주 쓰는 채소라 텃밭에 꼭 심는 작물 중 하나다. 우리가 심는 청양고추 품종은 신홍고추다. 작년에 신홍고추와 큰열고추 두 종류의 청양고추를 심었었는데 신홍고추가 작기는 해도 아주 맵고 맛있어서 올해는 신홍고추만 두 주 심었다.

청양고추는 잘만 키우면 한주에서도 꽤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키우지는 않지만 정말 신경 써서 키우는 작물이다. 나름 신경 써서 열심히 키웠는데 같이 심은 꽈리고추가 이미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도 청양고추는 수확할만한 고추가 없더니 비를 맞고 어느 순간에 부쩍 자라 있었다.

비 소식이 있으니 비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은 수확해야지. 그러고 보니 청양고추는 첫 수확이다. 첫 수확물은 맛을 봐야지. 이번에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수비초와 꽈리고추가 엄청 매웠는데 청양고추는 더 매울까 봐 살짝 걱정이다.

 

항상 청양고추로 고추장아찌를 담곤 했는데 이미 담아놓은 고추장아찌가 많이 남아 있어서 올해는 담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고추장아찌도 꽤 여러 사람들에게 나눔 했었다. 의외로 청양고추 장아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웠다. 

나눔도 자주 하다 보면 늘 얻어먹으려고만 하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시골 사람들과는 너무 친해지지 않는 게 현명하다.

오늘의 수확물

비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을 수확해 왔더니 수확물이 이리도 많다. 사실 깻잎은 어제도 수확했고, 부추는 부추 본밭이 아닌 밭 이곳저곳에서 자생으로 자라고 있는 자투리 부추만을 수확한 것이다. 그나마 오이는 동네 지인을 만나 주고 왔다.

텃밭에서 수확물이 많아지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어차피 동생과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늘 냉장고에 수확한 야채들이 쌓이게 된다. 수확물들을 다듬고 씻고 요리하는 것도 다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예전에 상추가 많이 수확됐을 때는 상추 씻는 것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깻잎은 김치를 담자고 하고 부추는 부추전을 해 먹자고 했다. 계획에도 없던 음식이 생겼다. 하루에 고작 한 끼 먹는 우리는 먹을 음식이 많아지면 어떤 때는 먹는 것도 힘들다.

이미 냉장고에는 신선한 야채들이 꽤 많이 들어가 있다. 양배추, 당근, 호박, 오이, 가지 등. 그런데 먹기도 전에 수확물은 계속 나오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잠정적으로 텃밭 일을 쉬고 있는데 수확하고 수확물을 다듬고 씻고 요리를 하는 것도 텃밭 일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든다.

더구나 나는 먹는데 별 관심이 없고 음식 하는 걸 싫어하니 어떤 때는 수확물을 쳐다보는 것도 싫다.

비를 맞고 부쩍 커서 수확을 기다리는 눈치 없는 작물들을 보고 있자니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누구는 배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선 식품이란 게 제 때에 먹지 않으면 결국은 쓰레기가 된다. 애써 키운 것을 버리는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불편을 감수하고 나눔을 했던 것인데 이제는 나눔마저도 지긋지긋하니 속상하더라도 텃밭에 버리는 수밖에.

슬슬 동부콩도 익어가고 있으니 처치를 고민해야 하는 수확물은 점점 늘어간다.

 

이럴 때 마음 맞는 이웃이라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사람이 아쉬워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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