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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수비초와 녹두 첫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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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초와 녹두 그리고 다른 수확물들

비가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은 수확하려는 동생 때문에 비소식이 있는 전날은 바쁘다.

'언니 녹두가 까맣게 된 게 있어. 봤어?' 동생이 물어온다. 봤을 리가. 요즘 집 앞 텃밭은 쳐다보지 않은 지 오래다.

'꼬투리가 까맣게 되면 수확하는 거 맞지? 이제 수확하느라 바빠지겠네'  처음 수확해 보는 녹두가 신기한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인다. 

녹두는 고추 옆에 심으면 해충이 녹두에 먼저 붙는다고 하여 해충 유인 작물로 심은 거였는데 해충이 꼬이기는커녕 깨끗하게 너무 잘 자란다. 점순 아주머니네 녹두랑 비교해 봐도 꼬투리가 굵다.

꼬투리가 까맣게 된 녹두

동생이 따져보니 녹두는 심고 66일 만에 수확하는 거란다. 생각보다 수확이 빠르다. 올해 날이 더워서 그런가?

팥과 녹두는 너무 익으면 탈립이 돼 버리기 때문에 익었을 때 바로바로 수확해 줘야 한다. 그래서 갑임 아주머니는 손이 많이 간다고 절대 키우지 않는다. 

풋콩으로 먹는 동부콩도 그렇지만 팥과 녹두도 익은 열매가 나오기 시작하면 거의 매일 따줘야 한다. 농장의 동부콩도 좀 있으면 익을 텐데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 오나 보다.

 

비가 오기 전에 고랑에 풀을 매고 땅콩들 북주기를 하고 있으니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던 동생이 고추 빨갛게 익는 것도 따야겠다고 한다. 고춧가루를 내는 고추 같은 경우에는 빨갛게 익어 보여도 제대로 익지 않았을 때 따서 말리게 되면 희끗희끗 해진다(희아리라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충분히 익혀서 따려고 하는데 빨간 고추가 장마를 지나기는 힘들 것 같은가 보다. 그럼 따서 숙성시킨 후에 말려야지. 얼마 안 되지만 고춧가루용 고추는 소중하니까요.

올해는 고추를 너무 신경을 못 썼다. 텃밭에 작물이 너무 많기도 하고 가뭄에 물 주느라 바빴기도 하고 액비도 못주고 땅은 별로 영양이 없고 그나마 충해가 없어서 다행이다.

커피 퇴비 만들어 놓은 거라도 비 오기 전에 주자고 했는데 줘야 주는 거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지.

 

올해 수비초는 풋고추를 먹어보니 작년보다도 훨씬 맛있다. 고춧가루가 너무 기대된다. 고추는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너무 도둑놈 심보인가?

예전에 먹지도 않았던  풋고추를 먹으며 동생이 이야기했다. '고추가 너무 맛있어. 수비초 예찬이라도 써야 할까 봐'

정말 맛있기는 하다 매운데 자꾸 손이 간다. 꽈리와 청양고추도 있는데 수비초에 밀려서 뒷전이 되었다. 청양고추도 정말 맛있는데......

고춧가루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작년에 수비초 고춧가루로 담은 김치도 그 맛이 아주 예술인데, 더 맛있으면 김치를 많이 먹는 것 아니야? 행복한 고민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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