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텃밭에서는 자생작물이 꽤 많이 자란다. 따로 경운을 하지 않는 데다 식물 잔사를 버려 놓으니 거기에서 씨가 떨어져서 때가 되면 싹이 난다. 예전에 동생이 우리 텃밭에 있는 자생 작물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집 앞 텃밭에 있는 자생 작물만 해도 20종 정도 되었다.
꽤 많은 자생 작물들을 그냥 뽑아 버리지만 어떤 것들은 키우기도 한다. 자생으로 자라는 것들이 훨씬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기 때문에 시험 삼아 키우는 것도 있고 토종 종자들이라 키우는 것도 있다.
작년에 호박, 오이, 장대박, 수세미, 애호박, 단호박을 집 앞 텃밭에 심었다가 덩굴들이 다른 작물을 휘감아서 여러 작물을 죽였기 때문에 올해는 집 앞 텃밭에는 덩굴작물을 아예 심지 않았는데 작년에 보우짱을 심었던 자리에 자생 단호박이 하나 났다. 너무 깨끗하고 이쁘게 자라서 그냥 키우기로 했는데 착실하게 잘 자라서 착과 된 열매가 몇 개 보인다.
작년에 단호박도 여러 종류를 심었기 때문에 이 자생 단호박은 보우짱으로 추정하지만 사실 정확히 무슨 품종인지는 알 길이 없다. 여차하면 정리해 버리려고 했는데 그런 우리 맘을 아는지 착과 된 열매가 반짝반짝 너무 이쁘다. 이러면 정리할 수가 없잖아. 별수 없이 덩굴들을 잘 유인해서 키워 보기로 한다. 근데 넌 도대체 정체가 뭘까? 보우짱? 미니 단호박?
집 앞 텃밭 생강밭에는 자생콩이 두 개 자라고 있다. 거름진 생강밭을 만들 거라고 온갖 잔사들을 쌓아 삭힌 여파다. 호박이나 방아 같은 자생 작물은 보이는 족족 없앴는데 콩은 거름이나 만들라고 놔두고 나름 맥도 쳐주며 키웠다. 작년 서리태밭 옆이기도 하고 집 앞 텃밭에는 서리태와 청태 두 가지만 심었기 때문에 내심 자생콩은 서리태려니 하고 있었는데 콩 꽃이 하얗다. 원래 서리태 꽃이 하얬었나? 넌 또 정체가 뭘까? 콩이 열어봐야 무슨 콩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심은 콩이 선풍콩, 귀족서리태, 청태, 선비콩이었으니 그중에 하나겠지. 선비콩이랑 청태는 보랏빛 꽃이 피었는데 그럼 이 콩은 선풍콩일까? 귀족 서리태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생 작물들이 비단 저 두 작물만은 아니다. 소소한 궁금증은 키우는 재미를 위해 남겨놔야겠다.
'일상 > 텃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 순 수확 (0) | 2024.07.08 |
---|---|
검정 동부콩과 오색 옥수수 첫 수확 (0) | 2024.07.07 |
팥과 울타리콩 싹이 났어요 (1) | 2024.07.05 |
풀과의 전쟁 (0) | 2024.07.05 |
수비초와 녹두 첫 수확 (0) | 2024.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