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동부콩과 오색 옥수수 첫 수확

오후의 수확물

하나 둘 익어가는 열매들이 생긴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텃밭 일도 너무 많다. 장마라더니 비는 쪼금 오고 풀만 무성하게 자랐다. 물 줘야 하는 작물들은 여전히 물을 줘야 하고 풀 매고 북 줘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이러니 어쩔 수 없이 방치하는 작물들이 생기는 거다. 요즘은 수확물을 먹을 시간도 없어서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텃밭에 버린다. 수확하고 수확물 씻고 다듬는 것도 다 일이니 되도록 일을 줄이려는 나름의 잔머리다. 텃밭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주기라도 할 텐데 날이 더우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오이와 가지가 나오기 시작하고 수박과 참외도 조금 있으면 수확할게 생기겠다. 무엇보다도 수비초가 익기 시작했으니 고추 씻고 말리는 일에 매진해야 된다. 일이라는 게 늘 몰려서 밀려오는 것 같다.

깐 검정 동부콩

 

처음 꼬투리가 열린 검정 동부콩을 수확했다 더 놔뒀다가 다른 꼬투리들이랑 같이 수확하려고 했는데 동생은 상태가 궁금했는지 꼬투리 두 개를 달랑 따왔다. 까 보니 알은 굵어도 물이 부족해서 그런지 안 여문 콩들도 몇 개씩 있다. 색이 제대로 발현된 거 보니 익기는 제대로 익었나 보다. 잘 안 먹는 콩이다 보니 수확이 적어도 걱정, 수확이 많아도 걱정이다. 한 번에 익는 양이 너무 적으면 남들 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우리가 보관했다가 먹기도 싫고. 사용할 데를 찾아봐야겠다. 

그래도 첫 수확물은 맛을 봐야지. 내일 밥에 올려 먹어봐야겠다.

찐 오색 옥수수

오색 옥수수의 수염이 고동색으로 말라가고 있는데 미백 옥수수 같으면 수확했을 정도인데 동생의 말이 오색 옥수수는 흑찰처럼 충분히 익혀서 따야 하는 거란다. 옥수수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가 너무 천천히 익는 것 같다. 작년에는 대학찰 옥수수와 미백 옥수수를 먼저 먹었는데 올해는 그 두 옥수수를 늦게 심었다. 작년에 처음 나온 옥수수들을 여기저기 나눔 해서 정작 우리가 많이 못 먹었기에 올해는 맛있는 옥수수는 늦게 심은 거라고 한다. 어쨌든 오색 옥수수는 올해 처음 심어본 옥수수라 맛을 모른다. 적당하게 익은 것이 있다길래 얼른 수확해서 쪄 먹어본다.

달기는 단데 찰옥수수처럼 쫀득한 식감은 덜하다.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의 중간버전?

뭐 옥수수는 맛없으면 옥수수 차를 만들어도 되니 괜찮다. 무조건 많이 나오면 좋은 것이다. 

동생의 말이 조금 더 익도록 놔둬도 되겠단다. 맛은 봤으니 더 기다리지 뭐.

처음 심은 미니흑찰이 빨리 안 자란 게 천추의 한이다. 늦게 심었을 때는 빨리 익더니 올해는 제일 먼저 심었는데도 아직 익을 기미가 없다. 7월부터 줄기차게 옥수수를 수확해 먹으려고 계획했는데 완전히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