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우스개 소리처럼 하는 말이 있다. 고기가 맛있으면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있다고. 구워 먹어도 맛있고, 쪄 먹어도 맛있고, 볶아 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맛있단다.
나는 김치요리도 그런 것 같다. 김치가 맛있으면 김치를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
재작년에 담은 묵은지용 김치가 아직 남아 있는데, 묵은지용 김치는 김치를 빨리 익게 만드는 재료를 빼고 오래 숙성시켜서 묵은지로 먹으려고 담은 김치다. 우리는 주로 김치찌개, 만두, 김치찜 등을 만들 때 사용한다. 한창 만두를 많이 해 먹었을 때는 김치를 금방 먹었는데 요즘 바쁘다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안 해 먹다 보니 묵은지에 손을 못 댄 지가 오래다.
고기가 먹고 싶다던 동생이 수육용 고기를 사 왔는데 매콤하게 먹고 싶다고 김치찜을 해 먹자고 했다.
그래~ 기회가 왔을 때 얼른 해 먹어야지. 그래야 김장 전에 김치 냉장고를 비울 수 있다.
아주 오래간만에 묵은지를 이용한 음식을 해 먹는다.
애벌 삶은 고기와 김치를 넣고 압력솥에 살짝 찐 후에 야채와 양념을 넣고 김치 국물로 간을 한 육수를 부어 약한 불로 고기에 맛이 밸 정도로 은근하게 푹 삶아주면 된다. 우리는 냉장고 야채를 처리하기 위해 양파, 적양배추, 애호박, 가지를 넣었다. 감자를 넣어도 되는데 감자는 넣는 걸 잊어버렸다.
김치찜은 김치를 쭉쭉 찢어 고기와 같이 먹는 게 별미지만 같이 넣은 야채와 같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야채들의 맛이 배어들어 김치찜의 맛이 더욱 풍부해지는데 김치 국물맛이 배인 야채 자체도 꽤 맛있다. 동생이 잘 안 먹는 호박이나 가지도 맛있다고 먹는 걸 보면 김치가 요물이긴 요물이다.
깻잎에 고기와 야채, 김치를 넣고 수비초 풋고추 조각 하나 올려서 싸 먹으니 매콤하게 입맛 돋우는 것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동생이 먹으면서 '왜 이렇게 다 맛있어?' 하며 의아해한다. 작년만 해도 야채는 제쳐놓고 먹었는데 올해는 야채가 맛있다고 한다. 풀떼기라며 맨날 구박하더니 야채에 맛 들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고기 없이 야채를 먹을 것 같진 않지만 고기 먹기 위해 야채를 더 많이 키우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다.
요즘 모든 게 다 맛있어서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