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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옥수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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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동생과 나 둘 다 좋아하는 작물이라 우리 텃밭에서 빠지지 않고 심는 작물 중에 하나다. 다른 작물들은 별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 옥수수만은 아주 욕심을 내서 남들에게 잘 안 주고 수확하는 대로 쪄서 냉동실에 보관해두곤 한다.

 

옥수수는 수확한 직후부터 당도가 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맛있는 옥수수를 먹으려면 아침에 따서 바로 조리해 먹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옥수수를 찔 때 별도의 가미(소금이나 설탕)를 하지 않고 옥수수만 쪄서 먹기 때문에 옥수수가 맛있어야 해서 옥수수를 키우는데 정성을 쏟는 편이다. 다비성이라고 좋은 땅에 심어 두세 번씩 추비를 해줬었는데 동부콩과 혼작 하기 시작하면서 별도의 추비도 하지 않고 관리가 좀 느슨해진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옥수수를 얻기 위해 옥수수는 항상 좋은 땅에 심는다.

 

4월부터 7월 말까지 한 달 정도의 간격으로 옥수수를 꾸준하게 심어서 순차적으로 따먹을 수 있도록 키우는데 매년 심는 종류가 많아지는 것 같다.

미니흑찰

올해 가장 먼저 심은 옥수수는 미니흑찰 옥수수이다. 작년에 가장 늦게 심은 옥수수였는데 재배기간이 다른 옥수수보다 좀 짧아서 올해 빨리 먹으려는 사심을 담아 가장 먼저 심었는데 집 앞 텃밭의 미니흑찰은 완두콩 그늘에 가려 아주 늦게 자랐고 갑임 아주머니네 밭에 미니흑찰은 발아가 잘 안 된 데다 물이 부족해서 늦게 자랐는지라 뒤에 심은 오색 옥수수보다 수확이 늦어졌다.

오색옥수수

그다음에 심은 옥수수는 농장 텃밭에 심은 오색 옥수수다. 맛있게 자라라고 옥수수 사이사이 검정 동부콩을 같이 심었다. 올해 처음 심어 보는 옥수수라 큰 기대는 없었고 맛이나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빨리 먹으려고 4월에 일찌감치 심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숙기가 긴 옥수수여서 다른 집들보다 훨씬 늦게 수확하게 됐다. 참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없다.

미백 2호 옥수수

오색옥수수 다음으로 심은 미백 2호 옥수수는 현재 수확 중인 옥수수다. 땅콩 사이로 심었으나 한창 클 시기에 날이 가물어서 제대로 자랄지 걱정스러웠는데 생각보다 잘 자랐고 맛도 좋다. 작년에 나눔 받았던 사람들이 맛있다고 난리였던 옥수수지만 우리에게는 대학찰 옥수수에 밀리는 2순위 옥수수다. 굉장히 찰진 옥수수라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인데 쪄서 알알이 까서 냉동실에 보관해 놨다가 밥에 올려먹으면 고소하면서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작년에 아랫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이가 안 좋아서 밥에 올린 옥수수를 안 먹는다고 했는데 우리가 해간 밥에서 옥수수만 골라 먹던 것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대학찰 알록이 옥수수

현재까지 동생과 내가 먹어본 옥수수 중에 제일 맛있는 옥수수는 역시 대학찰 옥수수이다. 미백과 알록이가 있는데 우리는 알록이가 더 달고 맛있었다. 쫀득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나는 옥수수인데 작년에는 울타리콩이 대학찰 옥수수를 감아서 제대로 익기도 전에 옥수수를 쓰러뜨려버린 관계로 양껏 먹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 옥수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백 2호 다음 타자로 농장 텃밭 좋은 자리에 심어놓고 풀도 매 주고 북주기도 하며 정성껏 키우고 있다.

점순 아주머니에게 받은 토종 흑찰 옥수수

대학찰 옥수수와 같은 시기에 집 앞 텃밭에 파종한 토종 흑찰 옥수수. 교잡이 많이 되는 관계로 토종 옥수수는 잘 안 심기는 하는데 종자가 있어서 종자 보존 차원에서 집 앞 텃밭에 심은 흑찰 옥수수다. 일반 옥수수보다는 흑찰 옥수수가 더 달긴 하지만 남들이 주는 옥수수는 단맛은 없고 찰기만 있어서 우리가 수확한 옥수수의 맛을 기대하는 옥수수다. 맛있으면 종자 남겨서 내년에도 심어볼 요량이다.

옥수수차를 만들기 위해 까서 말려놓은 흑마1호 옥수수

보통 옥수수는 7월 중에 심어야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해 먹을 수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심은 것은 토종 찰옥수수다. 농장 텃밭에 이번주에 파종해서 아직 싹도 안 났다. 

 

나머지 가지고 있던 옥수수 씨앗은 종자 소진 차원에서 갑임 아주머니 텃밭에 심었다. 작년에 맛에 실망을 금치 못했던 흑마 1호 옥수수와 동생이 지인에게 나눔 받은 토종 흑찰 옥수수. 갑임 아주머니 텃밭에서 나오는 옥수수는 우리가 먹지 않고 거의 나눔용으로 쓰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기대가 없는 옥수수라 하겠다. 나름 콩 사이에 심어놓긴 했는데 잘 자라면 텃밭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 할 생각이다.

 

동생이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사람들이 우리는 옥수수만 먹고사는 줄 알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수확물도 그렇고 파종 기록도 그렇고 거의 매일 옥수수 이야기가 나오니 왜 안 그렇겠는가? 늘 옥수수는 다다익선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나눔도 했고 냉동실에 얼려놓은 것도 있고 옥수수차용으로 까서 말려놓은 것도 있는 데다 앞으로 나올 옥수수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으니 꽤나 만족스럽다. 

 

옥수수들아 맛있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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