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들이 꽃이 피고 꼬투리가 달리니 작년에 수확해서 보관하고 있던 콩들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워낙 콩을 안 먹다 보니 콩은 밥에 올려 먹는 거 외에 별 쓰임이 없다. 그나마 밥밑콩도 불리기 귀찮다고 완두콩이나 동부콩 같은 풋콩을 이용하다 보니 백태와 청태, 서리태를 쓸 일이 요원하다.
콩 처리를 모색하다 동생이 블친에게 콩국수를 해 먹으면 콩을 다량 소진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콩국수를 해 먹자고 한다.
국수를 좋아해도 딱히 콩국수를 좋아하진 않아서 콩국수를 해 먹진 않았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콩국은 우묵이랑 먹는 게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딱히 콩국수가 먹고 싶진 않지만 한번 해 먹어보고 맛없으면 그냥 콩국으로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콩국수를 만들어본다.
제일 먼저 백태를 이용해서 콩국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먹을만하면 청태와 서리태로도 해 먹어 보자고 한다.
콩을 삶을 때 불려서 삶아도 되지만 콩국을 만드는 것은 바로 삶아도 무방하다 하여 잘 씻은 콩 한 컵에 다섯 배의 물(5컵)을 넣고 압력솥에 추 울리기 시작하여 4분을 삶아줬다. 바로 써도 되지만 우리는 완전히 익히려고 압력 빼고 5분을 더 삶았다.
삶은 콩은 그대로 식혔다가 남아있는 물과 함께 소금을 넣고 갈아준다.
면은 곤약면을 사용했는데 준비한 면에 차갑게 식힌 콩국을 부어주고 오이와 토마토를 채 썰어서 고명을 얹어 주었다.
그럴듯한 콩국수가 완성되었다. 생각보다 콩국수는 먹을만했다.
동생과 나는 차가운 음식을 잘 안 먹어서 콩국수의 매력을 십분 느끼지는 못하지만 한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별미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음에는 청태로 만들어 보자고 하는 걸 보니 동생도 나름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쉬운 것은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많은 양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수라고 금방 허기가 진단다. 동생이 다음에는 고기랑 같이 먹어야겠다고 해서 한참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