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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오이맛살초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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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추억의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즐겨 먹지 않지만 어렸을 때 먹었던 기억이 가끔 떠오르는 오이맛살초무침이 그렇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손님 대접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잡채와 오이맛살초무침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거하게 상을 차릴 때 가끔 생각이 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동생과 나는 오이를 잘 안 먹기 때문에 노각을 얻기 위해 키우는 오이가 수확이 많이 되면 아주 곤란하다. 한 번에 많이 수확되면 그냥 오이 좋아하는 아랫집에 갖다 드리지만 하루에 한 개 두 개씩 나오면 남 주기도 뭣하니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

오이 처리를 고심하다 어렸을 때 잔치음식으로 각인된 오이맛살초무침이 생각나서 아주 오랜만에 오이맛살 초무침을 해본다.

 

오이맛살초무침은 동생의 표현으로는 '싫어하는 재료들을 모아놓은 것' 이란다. 사실, 오이나 맛살이나 파프리카는 동생과 내가 아예 안 먹거나 좋아하지 않는 재료인 것이 맞다. 나는 게맛살의 인공적인 향과 맛도 싫어하고 오이의 물맛도 싫어한다. 파프리카는 무슨 맛으로 먹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라 내 돈 주고 사본적도 없는 야채다. 아무리 텃밭에서 수확해 왔다지만 싫어하는 재료를 모아서 같이 무쳤으니 맛이 괜찮을지 좀 걱정이 됐었는데 생각보다 이 조합은 괜찮았다. 오이의 물맛과 맛살의 인공적인 맛이 상쇄되어 좀 더 부드러운 맛이 되었고 새콤달콤하면서 아삭아삭한 게 시원하게 먹으니 굉장히 맛있다. 게다가 안 먹는 파프리카 역시 아삭하면서 씹으면 은은한 단맛이 나는 것이 오이맛살초무침의 맛을 더욱 조화롭게 해 준다. 의외의 수확이다.

 

나는 오이 초무침을 할 때 항상 오이를 소금에 절인 후에 사용하는데 절이지 않고 바로 무쳐도 상관없긴 하다. 촛물을 만들 때는 만들어 놓은 바나나식초를 이용하는데, 식초와 바나나와 설탕을 동량으로 넣어 한 달가량 숙성시켜서 만든 바나나식초는 새콤달콤한 초무침의 베이스로 쓰기에는 아주 좋다. 은은한 바나나향이 풍미를 돋우고, 음식의 감칠맛도 높여준다.

 

오이맛살초무침은 오이를 절이는 것만 빼면 만들기는 아주 쉽다. 맛살과 파프리카는 채 썰어 놓고 오이도 채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빼놓고 바나나 식초에 식초와 설탕을 넣어 촛물을 만든 후에 다진 마늘 조금 넣고 준비한 오이와 맛살과 파프리카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면 된다.

 

오이초무침도 꽤나 맛있게 먹었는데 오이맛살초무침은 오이초무침보다 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라 입맛을 돋우는지 적지 않은 양을 했는데 순식간에 먹었다.

자꾸 해 먹어서 그런지 올해는 생각보다 오이가 먹을만한다. 이러다 계속 오이를 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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