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심었던 콩들이 하나 둘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꽃이 핀 선풍콩이 꼬투리가 총총 달리고 있기에 다른 콩들도 확인해 보니 콩 꼬투리가 달린 것들이 제법 있다.
귀족 서리태와 청태는 아직까지는 꽃만 피어 있는 것들이 더 많지만 선풍콩과 오리알태와 청서리태는 거의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늘 깨닫게 되는 거지만 작물들은 때가 되어야 꽃이 피고 결실한다. 지금 하나 둘 콩 꼬투리가 달리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보다 2주나 일찍 심은 갑임 아주머니네의 선풍콩은 우리 것보다 더 꼬투리 달리는 것이 적으니 너무 조바심 내어 일찍 심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짓다 보면 왜 자꾸 조급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농사를 짓는 추세가 작물들을 점점 빨리 심는 쪽으로 가고 있다. 물론 기후가 변했기도 하지만 빨리 수확하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콩을 봐도 그렇지만 일찍 심든 늦게 심든 비슷한 시기에 열매가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수확시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이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병충해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올해 우리 수비초가 그랬듯이.
콩 농사를 제대로 지어 보지 않아서 우리는 콩 키우는 것에 대해 잘 모르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으로는 꼬투리도 꽤 많이 달렸으니 제대로 여물기만 한다면 올해 콩 농사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날이 너무 가물어서 그게 걱정이긴 한데 어차피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거 때에 맞춰 비가 와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너무 관리를 안 해주고 방치하듯 키우고 있으니 어느 날 갑임 아주머니가 '너희처럼 농사지으면 농사짓는 게 일도 아니겠다'라며 부러운 듯 말씀한 적이 있는데 사실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짓는 우리는 속이 편하겠는가? 농사를 거의 다 지었다가 가뭄에 말라죽으면 얼마나 속이 쓰리겠는가? 매년 노지에서 농사짓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만큼 환경이 많이 파괴되었다는 증거다. 그러니 그나마 때에 따라 결실을 맺는 작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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