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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모링가와 레몬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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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에는 이곳 사람들이 심지 않는 작물들이 꽤 많다. 워낙 많은 종류의 작물을 심기도 하고, 동생이 관심 있는 작물들을 실험 삼아 키워보는 것도 많기 때문인데 먹기 위해 키우는 각종 허브와 벌레를 쫓기 위해 키우는 해충기피작물, 동생이 해외 생활을 하면서 접했던 추억의 작물들이 심겨있다 보니 이런 작물들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작물이다.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이 변화 없이 늘 하던 대로만 하고 살고 텃밭에도 늘 심는 작물만 키우다 보니 주변 밭을 둘러보면 심겨있는 작물들이 다 비슷비슷한데 우리 텃밭에는 이곳에서 흔하지 않은 작물들이 있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곤 한다. 하긴 이곳 사람들은 강황이나 아스파라거스도 심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건 무슨 작물이냐?'는 질문을 꽤 받았었다.

레몬그라스

 

모링가와 레몬그라스도 우리 텃밭에만 있는 작물 중 하나다. 이곳 종묘사에서 모종이나 씨앗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심는 사람이 극히 드물긴 할 것 같다.

이 두 작물은 동생이 필리핀과 네팔에 있을 때 접했던 추억의 작물들이다.

레몬그라스는 시트러스 향 때문에 방충효과가 있어서 모기 기피 식물로 심어놓은 것이긴 하지만 구문초와 메리골드, 바질등의 모기 기피 식물들이 이미 심겨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레몬그라스를 심은 이유는 아무래도 네팔에서의 추억 때문인 것 같다. 잎을 따서 홍차와 같이 끓여 먹었다고 하는데 은은한 레몬향이 나니 홍차와 제법 잘 어울리긴 한다.

아무래도 잡초같이 생겨서 풀 매다가 베어버리기 일쑤였고 씨앗을 뿌려도 잘 나지 않아 키우는 것을 몇 번이나 실패했었는데 올해는 두 개가 잘 살아남아 엄청 잘 자랐다. 여전히 잡초로 오인받긴 하지만.

거의 2m 정도로 키가 자라 있으니 사람들이 무슨 작물이냐고 물어보긴 해도 레몬그라스라고 대답하면 알아듣지도 못한다. 워낙 텃밭에 잡초들을 같이 키우다 보니 무슨 잡초를 키우고 있는 걸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까이 가거나 잎을 꺾어보면 풍기는 진한 레몬향이 꽤나 상큼해서 향기를 맡으며 잠깐의 힐링을 누리는 묘미가 있다.

모링가(말롱가이)

 

모링가는 동생이 필리핀에 있을 때 접했던 작물이라고 하는데 필리핀에서는 말롱가이라고 한단다. 필리핀 사람들은 누구나 집에서 하나씩 키우면서 갖가지 음식에 넣어 먹는다고 하는데 동생의 말로는 이 모링가가 영양의 보고란다. 생잎을 쓰거나 잎을 말려서 가루로 내서 쓴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가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동생이 씨앗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추억도 새록새록하고  더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데  이곳에서 잘 자라기는 할까 하는 호기심도 일어 심어본 것 같은데 처음 심었던 것은 싹이 났다가 낮은 기온에 모두 죽어버렸고 몇 개를 다시 심었으나 하도 싹이 안 나서 여기에서 키울 수는 없나 보다 하고 포기할 즈음에 딱 하나가 발아되어 저렇게 자랐다.

나는 모르는 작물이라 아무 감흥이 없긴 한데 동생은 은근히 관심이 있게 지켜보고 있는 듯 부쩍 큰 모습에 기뻐한다.

지금까지 더운 날씨가 지속되어 그런지 아주 잘 자랐는데 슬슬 기온이 떨어지면 과연 살 수는 있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