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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주방용 천연수세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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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수확해온 수세미

 
천연수세미를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좋다. 설거지도 잘되고 웬만한 기름기는 세제 없이도 그냥 씻겨서 세제도 적게 사용하게 된다.
주방세제를 이용하여 설거지를 하면 아무리 잘 헹궈도 그릇에 세제성분이 남아 있어서 그릇에 잔류하는 계면활성제를 많이 섭취하게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세미를 천연수세미로 바꿨을 뿐인데도 몸이 많이 좋아졌다. 
 
작년부터 주방용 천연수세미를 얻기 위해 수세미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수세미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 덩굴 뻗는 세력에 놀라서 일찍 덩굴을 정리했음에도 서른 개가 넘는  수세미를 수확했다. 주방용 수세미를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여기저기 나눔도 했지만 우리가 쓰기에는 충분할 것 같아 올해는 수세미를 심지 말자던 동생을 설득해 혹시 모르니 올해 한번 더 심어서 욕심부리지 말고 딱 10개의 수세미만 얻자고 하고 농장 텃밭 한쪽 구석에 심어놓고 방치했는데 우리가 농장 텃밭의 땅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다.  수세미의 세력이 너무 좋아서 텃밭을 벗어나 길가로 뻗은 덩굴에 달린 열매가 꽤 많다(물론 텃밭 안쪽에 달린 열매도 많다).
길가 제초작업을 하면서 줄기도 많이 끊고 수세미도 많이 땄다고 하는데(작업하시는 분들에게 따서 가져가라고 했다) 남겨놓은 것이 꽤 많다. 본격적으로 수세미를 수확하기에는 우리가 여유가 없어서(수세미 밭에 들어갈 엄두도 안 난다) 텃밭을 벗어난 줄기에 달린 수세미 몇 개를 가져와 시범적으로 주방용 수세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삶기위해 수세미를 잘라놓은 모습

 
천연수세미를 만들 수세미는 겉이 단단하게 잘 익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섬유질의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집 안에서 삶을 거라 통으로 삶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삶는다. 잘 익은 수세미 씨앗은 까만색인데 종자를 남겨놓으려면 삶기 전에 까만 씨앗을 채취해 잘 말려서 보관하면 된다. 

물에 삶은 수세미

 
냄비에 물을 끓이고 수세미를 넣어 돌려가면서 고루 익도록 삶아 준다. 삶아진 수세미는 껍질을 벗겨내고 털어서 씨를 모두 빼낸 후에 햇빛에 잘 말려주면 주방용 천연수세미가 완성된다(보통 하루정도 말리면 된다).

완성된 주방용 천연수세미

 
완성된 수세미는 따로 모아놨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쓰면 되는데, 생각보다 오래 쓰기 때문에 수세미 열매 세 개로 만든 주방용 수세미는 두세 달은 족히 쓸 수 있을 정도다.
 
잘 익은 열매 몇 개는 햇빛에 널어 말려봤는데 잘 마른 것은 삶지 않고 그냥 껍질을 벗겨서 씨를 빼내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틈나는 대로 수확한 수세미를 햇빛에 말려서 주방용 천연수세미를 만들기로 했다.
텃밭을 벗어난 줄기에서 수확한 것이 벌써 열개가 넘었고 아직 수확 안 한 열매들도 많으니 제대로 수확하면 수세미만 백개 넘게 수확할 것 같다. 작년의 호박꼴 나겠다. 
텃밭을 지나가는 동네분들이 비염과 기관지에 좋다고 차로 만들어 먹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차를 좋아하진 않으니  수세미는 주방용 천연수세미를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말려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편해서 주방용 수세미를 많이 만들지 않겠다던 동생은 여유 있게 만들어서 이리저리 나눔 할 생각을 하고 있다. 쓰고 싶어도 못 키우는 블친들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이곳에서도 수세미를 키우는 사람들이 드물긴 하다. 아무래도 이런 친환경 천연 제품 같은 것은 도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도시 사람들만이 유기농을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소소하게 만들어본 주방용 수세미지만 모아놓은 수세미를 보는 심정은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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