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가을 모종들이 살아남았다. 모종을 정식하고 폭염이 지속되는 바람에 뿌리활착도 제대로 안되고 비실비실 하더니 끝내는 살아남았다.
옮겨 심을 때부터 안 좋았던 양상추는 아직도 위태위태하지만 뿌리활착은 된 것 같고, 정식할 때부터 좋았던 케일은 여전히 좋다.
브로콜리는 심을 자리가 없어서 구석구석에 심어놓았는지라 폭염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살아남았다.
이제 관리만 잘해주면 잘 자라겠지.
케일이나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작물들은 충해가 워낙 심해서 심고 싶지 않은 작물이긴 하다(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동생에게 많이 먹지도 않을 거 굳이 왜 심냐고 물었더니 양상추나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채소는 돈 주고 사 먹을 순 없어서란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텃밭에서 나면 먹는 거고 안 나면 안 먹겠다는 심산인가 보다.
실상 요즘에는 웬만한 채소는 사 먹지 않는다. 예전에 유기농 깻잎을 사 먹었었는데 너무 빨리 상하고 맛도 편차가 있어서 장아찌로 대체하고 사 먹지는 않게 됐다.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은 버섯이나 고기가 대부분이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추석에 과일 선물을 받고 요즘 과일들은 맛도 없고 상하기도 빨리 상한다고 불평하셨는데, 대부분의 신선 야채들도 그렇다. 워낙 비료와 농약으로 키워놔서 보기만 멀쩡할 뿐 맛도 없고 상하기도 빨리 상한다. 상추며 깻잎을 몇 주씩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 우리 같은 사람은 야채를 사면 버리기 바쁘다.
상추가 잘 자라고 있으니 가을에는 상추만 먹어도 될 텐데 항상 고생을 하면서도 케일이나 브로콜리, 양상추, 양배추를 몇 개씩 심는 것을 보면 구색을 갖추는 걸 좋아하는 동생이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인 것 같다. 그나마 모둠 쌈채를 뿌릴까 말까 하기는 하던데 안 뿌린 것을 기특하게 여겨야 할까?
케일이나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들은 상추와 같이 키우면 충해가 덜하다고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배추 때문에 만드는 지렁이 분변토 액비를 얻어먹을 것 같으니 가을에는 충해 걱정을 좀 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기온이 좀 높은 편이긴 한데 뿌리 활착은 됐으니 어지간하면 버텨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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