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수확하지 않았지만 이래저래 주워와서 수세미를 만든 것이 너무 많아서 일 년 쓸 수세미는 다 만들었다고 한다. 동생이 수세미 만들기에 지쳐서 더 이상 수세미를 안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제대로 달린 열매는 하나도 수확 안 했는데. 안 좋은 것들로 실컷 수세미를 만들고 좋은 열매들은 다 버리게 생겼다.
동생이 지인에게 보내줄 수세미 열매를 수확하러 농장 텃밭에 갔는데 수세미밭은 풀과 수세미가 뒤엉켜 엉망이다. 콩 수확이나 호박 정리로 바빠지기 전에 가장 쓸모없는 수세미부터 정리해야겠다. 쓸만한 열매는 따고 안 좋은 열매들은 모두 버린다. 잔사 삭힌 후에 우후 죽순 수세미가 날까 봐 수세미 잔사는 한 곳으로 모아놓는다. 정리하다 보니 열매가 무지 많이 달렸다. 우리는 수세미 딱 두주만 심었을 뿐인데.
수세미를 정리하면서 동생이 내년에는 수세미를 안 심어도 되겠다고 하는데 정말 안 심어도 될 것 같다. 수확해 놓은 수세미가 백개가 넘는다. 일단 수세미를 한 곳으로 모아놓긴 했지만 어느 순간 수세미를 만들기 싫어서 퇴비장으로 직행할지도 모르겠다. 이 동네에서는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는 사람이 잘 없다 보니 나눠줄 수도 없고 이미 오십 개 정도를 수세미로 만들었으니 백개 다 수세미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작물이 잘 자라는 건 참 고마운 일이지만 너무 많이 수확을 하면 애물단지가 된다. 여름에 제초작업 하는 사람들에게 따가라고 해서 꽤 많이 따 간 데다 아직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수세미가 많아 일찍 정리하는 것인데도 달려있는 열매가 저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심을 당시 열개의 수세미만 수확하자고 했던 우리는 정말 뭘 모르는 순진한 농부였다. 수세미 덩굴의 기세가 워낙 좋긴 했지만 한주에 거의 백개의 열매가 달리다니 원래 수세미는 저렇게 열매가 많이 달리는 건가?
수세미를 키우는 사람들은 저 많은 수세미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바빠지기 전에 큰 일 하나 끝냈으니 그나마 그걸로 위안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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