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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갑임 아주머니의 선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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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임 아주머니의 선풍콩(좌)과 우리 선풍콩(우)
우리 선풍콩 밭

 
갑임 아주머니는 올해 백태를 선풍콩으로 심었다. 작년에 우리에게 선풍콩 이야기를 듣고 종자를 반 되나 달라고 해서 우리를 경악하게 했었는데 어쨌든 우리가 맛보라고 준 콩과 종자 하라고 얻어준 콩을 몽땅 밭에 심었다. 종이컵으로 세 컵이나 되는 콩인데 다 심었다고 한다(우리는 더 넓은 밭에 종이컵 한 컵도 못 심었다).

심을 당시만 해도 우리가 다수확콩이라고 하니 심긴 심었지만 여러모로 미심쩍어서 언제 수확할 수 있냐, 콩이 많이 열리기는 하냐 자꾸 물어서 사람을 귀찮게 했었다(우리는 콩을 워낙 방치하고 키워서 콩 농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우리도 갑임 아주머니 밭에 선풍콩을 심었는데 갑임 아주머니보다 2주나 늦게 심었는데 가뭄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 선풍콩이 먼저 익고 있다. 갑임 아주머니의 선풍콩은 아직 입이 파란데, 우리 선풍콩은 이미 콩잎이 단풍이 많이 들었고, 꼬투리도 노랗게 변한 게 많다.

 

현재 갑임 아주머니네 콩이 꼬투리가 달려서 제법 통통해져 있는데 콩 꼬투리가 달린 것이 갑임 아주머니의 기대를 훨씬 넘었는가 보다. 콩이 많이 달렸다고 갑임 아주머니는 요즘 기분이 아주 좋다. 만나는 사람에게 선풍콩 자랑을 늘어놓는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아주머니의 친구가 찾아왔었는데 그 친구는 올해 콩이 노린재 피해를 입어 콩농사를 완전히 망쳤단다. 근데 갑임 아주머니의 선풍콩은 꼬투리도 많이 달렸고, 벌레 피해도 없이 깨끗한 데다, 콩의 크기도 커서 지금껏 콩 농사를 지어본 중에 최고로 콩 농사가 잘됐다고 하니 꽤 부러워했던 모양인지 콩을 수확하면 종자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우리가 갑임 아주머니네 텃밭에 들렀더니 갑임 아주머니가 부리나케 우리를 만나러 나와서 선풍콩이 맛은 어떻냐고 물어본다. 친구한테 종자를 주기로 약속도 했는데 콩은 많이 달렸지만 혹시 맛이 없는 콩일까 봐 내심 걱정이 됐나 보다. 동생의 이야기로는 선풍콩이 다수확 콩 중에서 나름 콩맛도 좋은 콩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하긴 하는데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우리 선풍콩은 정말 맛이 있다. 사실 우리가 키운 콩들은 다 맛있기 때문에 선풍콩도 원래 콩 맛이 좋은 건지 우리가 키워서 맛이 좋은 건지는 알 수가 없다. 

맛보시게 선풍콩 좀 드릴까요? 했더니 얼른 받으시겠단다. 우리야 콩을 유기농으로 키우기 때문에 우리 콩 맛을 가지고 관행방식으로 키운 콩 맛을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갑임 아주머니가 우리 콩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걸로 이해하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는 백태를 잘 쓰지 않아서 선풍콩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 작년에 메주는 청태로 담았고, 밥밑콩은 귀족 서리태와 선비콩으로 먹으니 선풍콩을 사용한 것은 콩비지 찌개 끓이고, 콩국수 해 먹은 게 전부다. 그러고 보니 콩비지 찌개는 갑임 아주머니와 나눠 먹었었는데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맛을 기억할리가 없지.

 

콩을 줘도 제대로 해 먹지 않는다는데 올인이다. 시골 사람들은 무작정 욕심만 부리는 경우가 많다. 저러다가 나중에 또 종자로 쓰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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