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수확했으니 콩탈곡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콩 꼬투리가 대부분 갈색으로 변한 콩을 베서 3~5일 정도 말리면 콩 꼬투리가 완전히 마르는데 그러면 탈곡을 해야 한다. 요즘은 기계로 수확하는 경우도 있고 규모가 크면 탈곡기로 탈곡을 하는데 우리 주변의 텃밭농들은 대부분 도리깨로 두드려서 탈곡을 한다.
우리처럼 소규모로 콩 농사를 지으면 도리깨질도 우습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포대로 싸서 잘근잘근 밟아서 탈곡하라고 조언을 하신다. 그러나 우리는 집안에서 작업을 하려 하니 먼지 날릴까 봐 일일이 손으로 까서 탈곡을 한다.
현재 수확한 콩은 선비콩과 아주까리밤콩, 오리알태인데, 부피를 줄이기 위해 콩 꼬투리만 따서 집으로 가져왔다. 이제 시나브로 콩을 까야한다.
지금은 배추에 액비를 주느라고 바쁘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일들이 다 뒷전이 되어버렸는데 거실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콩 더미를 치우기 위해 아무래도 짬을 내서 콩을 까야할 것 같다.
올해는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콩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알이 작은 것도 있고, 제대로 안 익고 말라서 쭈글이가 된 콩도 있어서 손으로 까면서 안 좋은 콩들은 다 골라낸다. 그래도 까다 보니 생각만큼 선비콩의 양이 적지는 않은가 보다. 이미 한 되는 넘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메주는 담을 수 있겠다.
맛을 보기 위해 갓 깐 아주까리 밤콩과 선비콩을 밥에 올려 먹어봤는데 모양은 엉망이라도 맛은 여전히 좋다. 이쁜 걸로 종자를 챙겨놔야지. 동생은 아주까리 밤콩이 더 맛있다고 한다. 아주까리 밤콩은 양이 적어서 아끼는 중이지만 이것도 이쁜 것으로 종자를 좀 챙겨놔야겠다.
별생각 없이 한 콩 맛 자랑에 종자를 달라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시골 사람들은 종자도 적지 않게 가져가려 한다. 한 홉, 반 되, 듣다가 기함할뻔했다. 그 정도의 종자가 필요하면 종자를 사야지 나눔을 요청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유기농 콩이라 종자로 쓰기는 너무 아까운데.
사실 우리도 콩을 나눔 받아서 심었지만 대충 20알 정도를 나눔 받기 때문에 첫 해에는 무조건 종자 증식을 목표로 한다. 종자 증식할 생각은 안 하고 본인이 심을 만큼을 다 종자로 달라고 하는 건 정말 뻔뻔한 짓이다(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올해는 그래서 콩을 조용히 집으로 가져와 소리소문 없이 콩 까기를 하고 있다. 까서 말리려고 내놓기는 하지만 가능한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이제 청태와 귀족 서리태도 곧 수확할 때가 다가온다. 선풍콩과 청자 5호 서리태도 수확할 때가 되어가지만 이 두 콩은 탈립이 잘 안 되는 콩이니 놔뒀다가 제일 마지막에 수확할 예정이다.
계속 콩이 수확되고 있다 보니 콩 까기 삼매경도 진행 중이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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