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꽃이 이쁘다며 목화씨를 심어보라고 줬다. 정말 심고 싶지 않았지만 준 성의를 생각해서 집 앞 텃밭에 심어놨는데 이것이 너무 잘 자라서 옆에 있는 취나물을 다 덮어버렸다. 역시 민폐 작물이다.
이왕 키운 거 꽃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키우다가 열매가 몇 개 열리고 난 후에 후딱 정리해 버렸는데 목화에 별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달리 동생은 키우는 게 나쁘지 않았는지 잘 익은 열매 2~3개를 따서 채종까지 해놨었던가 보다. 올해 심을 곳을 찾길래 그걸 꼭 심어야겠냐며 타박하다 채종해 놓은 씨앗이 아까워서 농장 텃밭 주변 안 쓰는 땅에 환경 미화를 위해 심기로 결정하고 씨를 뿌려놨었다. 땅이 워낙 안 좋은 곳이라 '나면 좋은 거고 안 나도 어쩔 수 없지'하는 심정으로.
4~5개의 목화 싹이 돋은 것을 봤었는데 풀 매다 베어 버린 것도 있고, 어느 순간 잡초가 무성해져서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있어서 목화를 심은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텃밭 앞에 가느다란 목화 하나가 생존 신고를 하였다.
폭염과 가뭄에 키우던 작물들도 말라죽는 판국인데, 잡초와 가뭄에 치이면서 꿋꿋이 살아남은 질긴 생명력이 경이롭다. 못 봤으면 모를까 일단 봤으니 주변의 풀을 매서 덮어주고 나름 관심을 가지고 돌보게 된다.
척박한 땅에 심겨 있어서 키도 아주 작고 줄기도 가늘어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하는데도 어느덧 꽃을 피웠다. 식물들의 생존능력은 정말 놀랍다.
사실 아직도 목화꽃이 이쁜 줄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토종씨앗이고 요즘은 정말 키우는 사람들이 없으니 호기심에 키워 볼 수야 있겠지만.
어차피 안 쓰는 땅에 심겨 있는 목화인지라 그대로 열매도 맺고 씨앗을 떨어뜨려 내년에는 더 많은 목화가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잡초가 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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