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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무성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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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무성한 가지와 가지꽃


동생과 나는 가지를 잘 먹지 않는다. 식감이며 맛이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자의적으로 찾아서 먹을 일이 전혀 없는 채소인데 이상하게도 텃밭에 없으면 서운하니 구색용으로 매번 키우게 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늘 수확량이 너무 많아 고민인 가지인지라 올해는 단 한 주만 키웠다.
안 먹는 작물이라고 천대하는데도 늘 너무 잘 자란다. 작년에 수확하는 가지를 세어봤었는데 한 주에 백개가 넘는 가지를 수확했었다. 올해도 수확한 가지가 이미 백개를 넘긴 것 같다.
 
우리는 잘 안 먹기 때문에 수확한 가지는 대부분 나눔 해 버리는데 나눔을 받았던 아랫집 아주머니나 텃밭 인근 철도역에 근무하는 언니가 우리가 주는 가지가 맛있다고 칭찬을 거듭한다. 가지 맛을 모르는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지만.
우리도 올해 먹어본 가지는 예전만큼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 채소가 들어가는 음식에 다른 채소와 같이 사용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단독으로 가지를 찾을 정도는 아닌데 의외로 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날이 선선해지고 일장이 짧아지면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 가지나 고추 같은 열대성 작물들은 더욱 그렇다. 가지의 생육최적온도는 22~30도라고 한다. 고온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에 기온이 17도 이하가 되면 성장이 더뎌지고 7~8도 이하면 저온피해가 생긴다고 하니 지금 다른 텃밭의 가지들이 거의 다 죽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텃밭의 가지는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 잘 안 먹는 작물이다 보니 당연히 애지중지 키운 것은 절대 아닌데 계절을 잊은 듯 저렇게 무성한 잎과 꽃과 열매라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지가 좋아도 너무 좋다. 도대체 가지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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