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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양파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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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식물 잔사와 커피찌꺼기를 겹겹이 쌓은 두둑을 고르게 펴서 양파밭을 만들었다.

 

작물 심기가 다 끝나간다. 양파와 월동 완두콩만 심으면 올해의 파종은 끝이다.

양파장아찌를 만들기 위해 늘 양파를 심긴 하지만 양파는 꼭 심어 먹어야만 하는 작물은 아니라 좀 편히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밭 만들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비 소식이 있다고 하여 비 오기 전(양파 심기 4일 전)에 부랴부랴 양파밭을 만들었다. 봄에 식물 잔사와 커피찌꺼기를 겹겹이 쌓아 제초매트를 덮어뒀던 곳을 벗겨보니 아주 좋은 지렁이 분변토가 되어 있다.  위쪽에 남아있는 잔사들을 걷어내고 고르게 펴서 양파밭을 만들어 준다.

완성된 양파밭

 

양파가 다비성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월동하는 작물들은 땅이 영양이 풍부하고 미생물이 많아야 동해를 적게 입는다. 겨울을 잘 지나게 하려면 아무래도 좋은 땅에 심어줘야 하기 때문에 급조한 잔사 더미가 아닌 오랫동안 잔사를 쌓아놔서 대부분이 지렁이 분변토가 된 곳을 골라 밭을 만든다.

 

작년에는 양파 씨를 사서 양파 모종을 직접 만들었으나 올해는 좀 쉽게 하자며 양파 모종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이곳 종묘사에서는 양파 모종을 한판(300개), 반판 단위로만 판다. 우리가 심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인터넷으로 양파 모종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품종별로 고르도록 되어 있다. 이런~ 양파에 대해서는 또 문외한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흰 양파를 카타마루로 골랐는데 세트로 파는 적양파가 루비아스라 카타마루 100개, 루비아스 100개의 모종을 구입하게 됐다. 나중에 알아보니 요즘은 국산 양파 품종들도 품질이 아주 좋다고 해서 내년에는 국산 품종을 심어봐야 할 것 같다.

 

대체로 모종을 사서 심는 작물들은 품종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 고추 농사를 짓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도 자신이 구입한 고추 품종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예전에 고구마 모종을 사러 가서 품종명을 물어봤더니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던 적도 있다(대부분 밤고구마, 꿀고구마만 구분해서 사간다). 양파 모종을 구입하면서 새삼 느끼게 됐지만 작물을 키우려면 자기가 심는 품종이 뭔지는 알아야 되지 않나 싶긴 하다. 사실 품종들마다 특성이 있고 재배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너무 관심이 없었던 듯하여 새삼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밭을 정리하여 양파를 심은 모습

 

파나 양파는 굳이 물을 주고 심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비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물을 주러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닌 데다 지렁이 분변토라 물이 빨리 빠지는 땅이니 뿌리 활착 잘 되라고 물을 주고 심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꾹 눌러서 구멍을 내고 양파 모종을 하나씩 넣은 후 물을 주고 흙을 덮어준다. 다 심고 나서 가능하면 수분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종 사이사이로 제쳐놓았던 식물 잔사를 올려 주었다. 

 

양파를 심어 놓은 밭을 보니 뿌듯하다. 오늘도 열일했다. 양파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 

양파심기가 끝난 양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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