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것보다 생강을 많이 수확했으니 생강을 쓰기 위해서 생강을 이용하는 요리를 찾아보게 된다. 심을 때만 해도 어느 곳이든 하나라도 잘 자라길 기대하며 여기저기 심어 놓았는데 막상 20kg가 넘는 생강을 수확하고 보니, 우리가 생강을 좋아하기는 해도 그다지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래저래 따져봐도 5kg 정도의 생강만 있으면 우리가 쓰기에는 충분할 것 같다. 생강이 많이 수확되면 만들려고 계획했던 생강가루와 생강술, 항상 담는 생강강황청과 요리할 때 쓸 양념용 생강까지 계산해도 5kg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서 나머지 생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강으로 생강차나 편강을 만들어 먹는데 편강은 나도 먹는 것이다 보니 동생이 편강을 만들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나는 단순히 편강이 생강을 말린 건 줄 알았는데 만드는 법을 찾아보니 생강 설탕 조림에 가깝다. 설탕이 결정화되기까지 오래도록 졸여야 하는 것이지만.
편강도 생강이 맛있어야 하니 토종생강으로 만들면 더 좋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쓸모없는 개량종 생강이 7kg 정도나 되기 때문에 맛없는 개량종 생강을 처치하자는 마음으로 개량종 생강으로 편강을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처음 하는 거라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안 아까운 생강을 이용하여 연습 삼아해 보는 거다.
처음이니까 일단 생강 300g 정도만 편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생강은 껍질을 벗겨서 준비하는데 개량종 생강은 맛이 없어서 그렇지 크기도 크고 껍질도 잘 벗겨져서 손질하기는 정말 쉽다. 아마 그래서 입맛이 까다롭지 않으면 개량종 생강을 많이 쓰나 보다.
생강을 편으로 썰어야 하는데 생강을 쪄서 이용하면 맛도 더 부드러워지고 영양성분도 더 좋아진다고 한다. 찐 생강을 2mm 정도 두께로 얇게 편으로 썰어서 사용하면 되지만 번거로울 경우 편으로 썬 생강을 물에 끓여서 매운맛을 빼고 사용해도 된다. 편으로 썰어놓은 생강을 설탕을 넣고 졸여주는데 보통 생강과 설탕을 1:1 비율로 넣는 사람이 많았는데 우리는 설탕을 좀 줄여서 1:0.7 비율로 생강 300g에 설탕 200g을 넣어서 만들었는데도 괜찮았다.
설탕이 녹을 때까지는 젓지 않고 끓이다가 어느 정도 설탕이 졸아들면 불을 줄이고 타지 않게 빠르게 섞어주는데 설탕이 어느 정도 결정화되면 불을 끄고 섞어주면서 잔열로 수분을 날린다.
완성된 편강은 잘 말려서 보관하면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금방 먹을 것은 그냥 통에 넣어서 보관했고 오래 두고 먹을 것은 건조기로 말렸다.
조금 맵긴 하지만 맛있는 편강이 완성되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편강은 그다지 만들기 까다로운 요리는 아니어서 틈틈이 해 먹어도 될 것 같긴 하다.
사실 생강이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도 파는 생강 가공 식품들은 먹을 수가 없는 이유가 생강은 보관 중에 정말 잘 상하고 곰팡이가 잘 피는데 원칙상 곰팡이가 핀 생강은 일부분만 생겼더라도(이미 곰팡이균이 생강 전체에 퍼졌고 고온에서도 조리해도 그 독소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 버려야 하는 법인데 과연 파는 곳에서 깨끗한 생강만을 엄선하여 생강 가공 식품을 만들 거라는 믿음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해서 생강을 이용하는 음식들(생강청, 생강차, 편강, 생강가루등)은 가능하면 생강을 구입해서라도 직접 만들어야 안전하다. 건강을 위해서 먹는 것이라면 더더욱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진한 생강향이 나는 편강을 하나 씹어 먹으니 달달하면서도 청량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주 만족스럽다. 사소한 간식거리마저 손수해야 되는 것은 좀 서글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