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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올해의 마지막 상추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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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지진 않았지만 가끔씩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상추가 거의 끝날 때가 되어가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상추 수확을 단행했다.
가을에 먹을 쌈채소로 쓸 거라고 폭염이 지속되는 와중에 심어 차광막을 씌우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나름 신경 써서 키웠었지만 호박잎에 밀려 정작 우리는 먹지 않고 지금껏 남들에게 나눠주기만 했었다. 가을의 날씨가 예년 같지 않아서 상추가 잘 자란 곳이 많지 않아서 우리 상추의 인기는 좋았지만 정작 우리는 상추를 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상추 맛이 어떤지도 모르고 있었다. 상추를 얻어간 아랫집 아주머니는 본인의 밭에서도 상추가 나오지만  우리 상추가 너무 맛있다고 우리를 부러워하시는데 정작 그 맛있다는 상추를 우리는 먹을 일이 없어서 계속 나눠주기만 했으니 남의 부러움을 샀다 해도 우리에게는 착잡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수확한 상추이니 맛을 보긴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양이 많으니 절반 정도는 나눠줘야겠다. 9월 말에 심어서 키운 기간은 짧았지만 그래도 수확은 꽤 많이 해서 가을 상추로서의 임무는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나는 원래도 쌈을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대체로 쌈채소들은 없으면 아쉽고 많으면 쓸모가 없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작물들이다. 그다지 많이 심지도 않았는데 한창 수확해야 할 때는 나오는 양이 너무 많다. 나눔 하기는 지긋지긋한데.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상추는 정말 맛있게 자라긴 했다. 윤이 반질반질한 것이 보기에도 얼마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지. 당분간은 쌈을 싸 먹을 일이 없는데 저렇게 상태가 좋으면 버리기가 아깝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도 수확을 해서 들고 와 버리니 이것도 참 할 짓이 못된다.

요즘은 김치도 담아야 하고 호박이며 콩이며 수확해 놓은 것들 정리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먹지도 않는 상추를 수확해서 씻고 나눠야 하니 꽤나 귀찮은 일이지만 동생 말처럼 상태가 안 좋아야 미련 없이 버리지 저렇게 보기 좋게 잘 자라면 싫다 싫다 하면서도 수확을 안 할 수가 없다. 어차피 마지막으로 수확하는 거니 나눔 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요즘은 나눔 하는 것에 회의가 드는 것이 한번 나눔 했던 것을 빌미로 계속 수확물을 달라고 빌붙는 사람도 많은 데다 텃밭에서 작물을 훔쳐가는 사람들도 생겼는데 이것도 나눔의 후유증인 것 같아서 무작정 마구 나눠줬던 과거가 후회되고 있기 때문에 상추처럼 수확하면 절반 이상을 나눠야 하는 작물을 심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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