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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순천동파(동파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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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텃밭에 도둑맞은 순천동파

 

날씨가 싸늘해졌다. 웬만한 작물의 수확이 끝나고 김장 채소들과 월동 작물들 몇 종류만 텃밭에 남아 있어서 텃밭이 휑해졌다. 콩 때문에 바빠서 텃밭 일에 소흘 해지기도 했고 남아 있는 작물이 얼마 없다 보니 관심이 좀 식기도 한 탓에 텃밭에도 드문드문 가게 되고 자라고 있는 작물들도 건성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우리 텃밭에서 아무 존재감 없던 순천동파가 요즘 뽀얗게 분이 피어 남다른 자태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파라고 하더니 정말 동파이긴 한가보다.

추위에 강하다더니 다른 대파들은 날씨가 추워진 이후로 상태가 별로인데 순천동파만 너무 생생하다. 그래서 농장 텃밭에서 순천동파를 훔쳐갔나?

 

순천동파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참 곤란한 작물이다. 처음에 동생의 지인이 떠맡기듯 2~3개의 모종을 줘서 밭에 아무렇게나 옮겨놨었는데 2년 만에 엄청 분얼하여 수십 배로 개체수를 늘렸다. 그동안에 여기저기 나눔도 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순천동파가 너무 많아서 집 앞 텃밭에는 이곳저곳에 순천동파가 자라고 있는데 현재도 분얼되어 옮겨줘야 하는 순천동파들이 많으니 쳐다볼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 반면에 작년에 나눔 해줬었던 갑임 아주머니는 홀랑 다 뽑아 먹어서 순천동파가 하나도 안 남아 있어서 올해 또 열댓 개로 분얼한 한 뭉치를 나눔 해 줬고, 같이 나눔 해줬던 점순 아주머니도 하나도 안 뽑아 먹고 분얼을 시켰는데도 빨리 분얼이 안된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으니 모두 우리 같지는 않은 모양이긴 하지만.

요즘 대파의 활용도가 많이 떨어지긴 해서 작년만큼 대파를 먹지 않기도 하지만 순천동파는 좀 맛이 없어서 더욱 안 먹는 관계로 우리 텃밭에서 늘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데 올해 좀 핫해서 (택배로 보내야 되는) 나눔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우리를 짜증스럽게 한다. 사실 우리는 왜 그렇게 순천동파가 인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그렇게 구하고 싶어서 안달할 만큼의 매력이라는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우리에게는 먹는 속도보다 분얼되는 속도가 빨라서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걱정인 순천동파다. 주변에 나눠주려고 해도 선뜻 가져가려는 사람이 없으니 강황처럼 찾는 사람이 많아도 정작 이곳에서 처치하기는 어려워 항상 처치곤란을 염려해야 해서 우리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근래에 농장 텃밭에서 순천동파 다섯 뭉치를 도둑맞은 이후로 순천동파를 쳐다보는 눈길이 더욱 곱지 않아 졌다. 하다 하다 도둑까지 부르다니....... 텃밭에 남이 드나드는 것은 싫으니 농장 텃밭에서 크고 통통한 순천동파는 모조리 수확해 와 버렸더니 냉장고에도 대파들이 넘쳐나 고민스럽게 됐다. 

 

집 앞 텃밭을 지나가다 '대파가 왜 이렇게 좋냐'며 순천동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요즘 대파값이 비싸다나?(우리는 마트에서 야채를 잘 안 사 먹어서 야채의 시세를 잘 모르긴 한다)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의 걱정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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