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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고구마 순 수확 동생과 나는 고구마 순을 잘 먹지 않는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고구마 순을 받아서 요리를 해 먹고 질려 버렸다. 줄기도 너무 뻣뻣하고 억세서 맛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괜히 양념만 버렸다며 엄청 후회했더랬다.그 뒤로는 고구마를 키워도 고구마 순을 따먹진 않았다. 가끔 주변 사람들 가져가라고 인심을 쓰기는 했어도.작년에 고구마를 너무 방치해서 고구마 알이 제대로 안 들었던 관계로 올해는 고구마를 좀 제대로 키워보자며 나름 관리라는 걸 해주려고 순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풀멀칭도 하고 고구마 순도 좀 솎아 주려고 고구마 순을 수확했다. 동생은 우리가 키웠으니까 한 번은 맛을 보자며 기어이 고구마 순을 챙겨 왔다. 밑반찬을 잘 안 먹는 우리가 고구마 순을 볶아 놓으면 며칠 만에 먹을까?동생이 열심.. 더보기
검정 동부콩과 오색 옥수수 첫 수확 하나 둘 익어가는 열매들이 생긴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텃밭 일도 너무 많다. 장마라더니 비는 쪼금 오고 풀만 무성하게 자랐다. 물 줘야 하는 작물들은 여전히 물을 줘야 하고 풀 매고 북 줘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이러니 어쩔 수 없이 방치하는 작물들이 생기는 거다. 요즘은 수확물을 먹을 시간도 없어서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텃밭에 버린다. 수확하고 수확물 씻고 다듬는 것도 다 일이니 되도록 일을 줄이려는 나름의 잔머리다. 텃밭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주기라도 할 텐데 날이 더우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오이와 가지가 나오기 시작하고 수박과 참외도 조금 있으면 수확할게 생기겠다. 무엇보다도 수비초가 익기 시작했으니 고추 씻고 말리는 일에 매진해야 된다. 일이라는 게 늘 .. 더보기
넌 누구니?(자생 단호박과 자생 콩) 우리 텃밭에서는 자생작물이 꽤 많이 자란다. 따로 경운을 하지 않는 데다 식물 잔사를 버려 놓으니 거기에서 씨가 떨어져서 때가 되면 싹이 난다. 예전에 동생이 우리 텃밭에 있는 자생 작물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집 앞 텃밭에 있는 자생 작물만 해도 20종 정도 되었다. 꽤 많은 자생 작물들을 그냥 뽑아 버리지만 어떤 것들은 키우기도 한다. 자생으로 자라는 것들이 훨씬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기 때문에 시험 삼아 키우는 것도 있고 토종 종자들이라 키우는 것도 있다. 작년에 호박, 오이, 장대박, 수세미, 애호박, 단호박을 집 앞 텃밭에 심었다가 덩굴들이 다른 작물을 휘감아서 여러 작물을 죽였기 때문에 올해는 집 앞 텃밭에는 덩굴작물을 아예 심지 않았는데 작년에 보우짱을 심었던 자리에 자생 단호박이.. 더보기
팥과 울타리콩 싹이 났어요 비가 온 후 텃밭 점검차 텃밭을 둘러보러 갔더니 비 오기 전에 파종했던 오십일 팥(시나리팥)과 앵두팥, 검은 울타리콩이 모두 싹이 올라왔다. 보통 삼 사일만에 싹이 나나보다.오십일 팥(일명 쉰 나리팥, 시나리팥, 쉬나리팥)은 팥 중에 단맛이 으뜸이라고 해서 좀 기대하고 있는 팥이다. 물론 올해는 종자 증식이 목적이지만 맛있으면 주력으로 심게 되지 않을까? 좋은 땅에 심어서 그런지 싹이 고루 빠르게 났다. 같이 심은 앵두팥보다 더 빨리 싹이 올라왔다.앵두팥도 토종팥이라 심어본 건데 정보가 없다. 일단 키워서 맛을 봐야 알 것 같다. 오십일 팥보다는 종자 양이 많아서 맛볼 만큼은 나오지 싶다. 나름 묵혀뒀던 땅에 심은 건데 잘 자랄지 모르겠다.  검은 울타리콩은 갑임 아주머니 텃밭에 심은 흑마 1호 옥수수 .. 더보기
풀과의 전쟁 농사 3년 차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잡초에 진저리를 치며 골마다 제초매트나 천을 깔아 잡초가 나지 않도록 한다. 잡초를 키우는 동생은 그런 걸 보며 조소하곤 하지만 난 때로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한때는 자연농법 운운 하며 동생이 풀을 키우기를 종용하던 때가 있었다. 풀멀칭을 하려고 일부러 키우기도 했었고, 풀을 매지 말고 베서 뿌리를 남겨놓으라고 잔소리하던 적도 있었다. 잡초의 뿌리가 물과 양분이 지나가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라는 건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렁이 분변토 앞에서 그것은 쓸데없는 소리다. 이미 지렁이 분변토는 지렁이가 기어 다닌 미세한 구멍들이 물과 양분의 통로가 되어주기 때문에 따로 잡초의 뿌리를 살려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뿌리를 살려놓으면 잡초가 너무 빨리 자라기 때문.. 더보기
수비초와 녹두 첫 수확 비가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은 수확하려는 동생 때문에 비소식이 있는 전날은 바쁘다.'언니 녹두가 까맣게 된 게 있어. 봤어?' 동생이 물어온다. 봤을 리가. 요즘 집 앞 텃밭은 쳐다보지 않은 지 오래다.'꼬투리가 까맣게 되면 수확하는 거 맞지? 이제 수확하느라 바빠지겠네'  처음 수확해 보는 녹두가 신기한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인다. 녹두는 고추 옆에 심으면 해충이 녹두에 먼저 붙는다고 하여 해충 유인 작물로 심은 거였는데 해충이 꼬이기는커녕 깨끗하게 너무 잘 자란다. 점순 아주머니네 녹두랑 비교해 봐도 꼬투리가 굵다.동생이 따져보니 녹두는 심고 66일 만에 수확하는 거란다. 생각보다 수확이 빠르다. 올해 날이 더워서 그런가?팥과 녹두는 너무 익으면 탈립이 돼 버리기 때문에 익었을 때 바로바로 .. 더보기
수세미 근황 천연 수세미를 사용해 보니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다. 설거지도 깨끗하게 되고 주방세제도 적게 쓰고. 그래서 천연 수세미를 얻고자 작년부터 수세미를 심었다. 작년에는 처음 심는 거라 거의 방치 수준으로 키웠는데 다른 덩굴작물들 걷어 내다 줄기를 잘라먹기도 하고 세력이 너무 좋아서 다른 작물에 그늘이 지게 하니 일찍 정리해 버렸는데 그래도 수세미를 37개나 수확했다. 동생은 올해는 안 심어도 될 것 같다고 그랬는데 그래도 심자고 내가 우겨서 심었는데 구석진 곳에 심어놓고 또다시 방치모드다. 우긴 게 우습다. 수세미는 땅묘에 2개의 씨앗을 심어서 2개 모두 발아가 됐는데 자연상태에서 자라서 그런지 옮겨 심고 방치해 놨는데도 다른 작물들이 가뭄에 시달릴 때 혼자서 멀쩡하게 잘 자랐다.작년에도 장대박과 단호박이 .. 더보기
청양고추 첫 수확 그리고 수확의 이면 청양고추는 내가 요리에 자주 쓰는 채소라 텃밭에 꼭 심는 작물 중 하나다. 우리가 심는 청양고추 품종은 신홍고추다. 작년에 신홍고추와 큰열고추 두 종류의 청양고추를 심었었는데 신홍고추가 작기는 해도 아주 맵고 맛있어서 올해는 신홍고추만 두 주 심었다.청양고추는 잘만 키우면 한주에서도 꽤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키우지는 않지만 정말 신경 써서 키우는 작물이다. 나름 신경 써서 열심히 키웠는데 같이 심은 꽈리고추가 이미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도 청양고추는 수확할만한 고추가 없더니 비를 맞고 어느 순간에 부쩍 자라 있었다.비 소식이 있으니 비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은 수확해야지. 그러고 보니 청양고추는 첫 수확이다. 첫 수확물은 맛을 봐야지. 이번에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수비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