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는 의외로 안 먹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잘 안 주려고 했는데 의외로 상추는 거절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나눔 하기에는 무난한 채소인 것 같다.
텃밭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는 야채라서 농사 지인에게는 잘 안 권하지만 우리 집 상추 맛을 아는 몇몇 분들은 남으면 갖다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본인들도 심었으면서.
우리는 상추를 솎아 먹지 않아서 몇 개만 심는 편인데 적게 심어도 상추의 수확량은 우리가 소화하기 늘 역부족이다. 이미 갑임 아주머니와 점순 아주머니한테 나눠줬고 동생의 블친들에게도 나눠줬는데 날이 따뜻해지고 비가 자주 오니 상추가 부쩍 빨리 자라서 이미 처치곤란이 되어버렸다. 필요할 때 수확하는 이곳 사람들과 달리 수확해야 할 때가 되면 무조건 수확하는 우리는 상추가 빨리 자라면 대략 난감해진다.
나눔에 질릴 대로 질려서 가급적 나눔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전에 수확한 상추도 다 못 먹었는데 또 상추를 수확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나눔 대상을 물색할 수밖에.
5월 2일에 수확한 상추는 PX 언니들에게 갖다 주었다. PX가 근처에 있긴 해도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추 갖다 주러 일부러 가야 하니 번거롭기 그지없다. 택배 보내는 것만큼 귀찮다. 근데 나눔을 받고 나서 반응도 영 시원치 않다. 시골 사람들이 나눔을 받을 때 의외로 자기가 잘 나서 나눔을 받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PX 언니들 반응이 딱 그렇다. 마치 자기들이 우리한테 잘해서 그 보답으로 나눔 받는 것처럼. 동생이 다음에도 갖다 주자고 하기에 두 번 다시 안 줄 거라고 단언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나누는 게 아니다.
5일에 비소식이 있어서 비 오기 전에 수확하려고 아침에 상추를 수확했는데 3일 전에 수확한 것 치고는 꽤 많이 수확했다. 이번 상추는 자주 갖다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신세 지는 분한테 드리는 게 더 낫지 싶어서 커피박을 주시는 카페 사장님께 나눠 드렸다. 이전에 상추를 나눔 받고 너무 맛있었다면 극찬하셨는데 이번엔 차라리 판매를 하라신다. 시골 사람들의 최고의 칭찬이다.
우리 먹을 것만 키우는 소규모 텃밭농인데 판매는 무슨~
고마움은 마음만 받는 걸로.
'일상 > 텃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비콩 싹이 났어요 (0) | 2024.05.09 |
---|---|
낙엽 멀칭과 풀 멀칭 (0) | 2024.05.08 |
콩 심는 날 (0) | 2024.05.05 |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한 텃밭 가꾸기 (0) | 2024.05.05 |
오늘의 텃밭 근황(감자꽃이 피었습니다)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