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필리핀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있을 때의 동료 중 하나가 강원도 영월에 산다. 이전에 집에 놀러 왔는데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젊은 애들이라 그런지 열정 넘치는 풋풋한 모습이 마냥 좋았다. 오랜만에 집이 시끌벅적해졌었다. 동생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동생이 꽤나 이뻐하는 아이인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동생에게 구박받은 거밖에 기억이 안 난단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예의 바르고 품행이 방정한 사람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은 서울 토박이가 많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서울 사람과 시골 사람(서울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구분한다. 딱히 시골 사람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시골 사람들은 호의를 가지고 있어도 예의를 몰라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런 무지하고 무례한 행동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때론 사람을 너무 불편하고 피곤하게 만든다.
강원도 영월에 사는 동생의 동료는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인 서울 사람이다. 명랑하고 쾌활한 사람이라 경솔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진중하고 예의 바르고 말을 참 이쁘게 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아마 그러니 동생이 이뻐하겠지.
우리 집에 왔을 때 우리 텃밭 채소들이 맛있다고 극찬을 했는지라 한껏 기분이 좋아진 동생이 이번에 상추를 보내겠다고 했단다.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라 나눔이 아깝지 않다.
아침에 부랴부랴 수확해 와서 잘 포개서 상자에 담아 택배 보낼 준비를 한다. 사실 상추는 정말 택배 나눔 하기는 곤란한 채소 중 하나다. 워낙 잘 시드니 포장도 영 신경 쓰이고 받았을 때 먹기 좋은 상태가 아닐까 사실 걱정스럽기도 하다. 근데 또 의외로 상추 달라는 사람이 많으니 참~
냉장고에 아직 상추가 남아있는 관계로 양이 제법 많았지만 꾹꾹 눌러 담아 보냈다.
택배를 받자마자 동생에게 인증사진을 보냈단다. 삼겹살 파티를 하겠다고 신이 나서~
우리도 삼겹살 파티를 하고 싶다. 진심으로. 근데 냉장고에서 처리해야 할 먹을 게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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