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과일을 키우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늘 남이 키운 맛있는 과일 사 먹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의외로 시골 사람들은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과일을 먹는 것을 소확행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려운 가운데서 누리는 유일한 사치라는 느낌?
텃밭의 규모가 커지면서 주변의 오지랖 넓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게 된 참견이 애플 수박과 참외를 심으라는 말이었다(그래서 집 앞 텃밭에는 애플 수박과 참외는 안 심는다). 어쨌든 시골 사람들은 텃밭에 본인이 먹는 과일 하나쯤은 키우는 게 상식인가 보다(우리도 과일 좋아하는 동생 때문에 애플 수박과 참외는 매년 심고 있긴 하다).
작년에 처음 모종을 사서 참외를 심었는데(직파한 사과참외와 별도로)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참외가 익기도 전에 땅에 닿은 부분이 벌레 먹거나 썩어서 제대로 수확을 못해 먹은 데다 그나마 익혀서 수확한 참외도 맛이 없어서 도대체 왜 심어 먹나 회의가 들었었다. 다행히 몇 개 못 건져 먹은 사과참외는 굉장히 맛있어서 올해는 토종 참외들로만 심었다.
올해 참외는 개구리참외, 청노랑참외, 사과참외 세 종류의 토종 참외를 심었는데 현재 자라서 열매 맺는 모습을 보니 사과참외와 개구리참외만 있나 보다.
사과참외는 일찌감치 열매를 맺어서 간간이 수확해 먹긴 했는데, 개구리참외는 아직까지 첫 수확을 못했다. 장마가 지나고 나서 비를 맘껏 맞은 참외 덩굴은 줄기가 엄청 무성해지더니 여기저기 착과된 열매들이 보인다.
사과참외가 열매가 가장 많은 것 같고 개구리참외도 덩굴을 들춰보면 착과 된 열매가 꽤 많이 보인다.
텃밭 한가운데에서 생뚱맞게 자라던 자생 참외도 줄기가 어마어마하게 뻗더니 착과 된 열매들이 몇 개씩 보인다.
작년에 참외를 심어서 대부분 터트리고 몇 개 수확 못해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는 수박이나 참외가 아주 선방하고 있다.
과일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서 텃밭 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다 참외를 심으신다. 점순 아주머니네와 갑임 아주머니네도 참외를 심어서 우리보다 빨리 열매가 달리기는 했는데 이번에 장마가 지나고 나니 줄기가 다 말라서 죽어 버렸다. 이제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는 우리 텃밭의 참외랑 참 대조적이다.
올해는 참외 좀 수확해 먹겠다고 동생이 야심 차게 참외 받침대를 사서 땅에 닿는 참외들을 받쳐주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터지는 참외가 많지 않아서 올해는 제대로 된 참외를 꽤 수확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말 그대로 주렁주렁 달려 있는 참외 열매들을 보니 무척이나 흡족하다. 동생도 참외가 많이 달려서 기분이 좋은지 '나는야 참외 부자'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지금은 수확한 애플 수박과 방울토마토를 처리하느라고 참외가 뒷전이긴 한데 한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것이 참외의 묘미니 맛있게 익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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