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텃밭에는 꽤 많은 자생 작물들이 자란다. 기계 경운을 안 하는 데다가 식물 잔사들을 텃밭에 버려두니 잔사에서 떨어진 씨앗들이 때가 되면 나서 자라는 경우가 꽤 많다.
동생의 말이 자생 작물들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서 심은 것보다 더 잘 자란다고 하기에 토종 작물들은 자생으로 나는 것도 키워본다고 놔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동생이 우리 텃밭에서 자라는 자생 작물들 세어보니 거의 20종류의 자생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자생 작물들은 별도로 관리(물을 주거나 추비를 하거나)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는데 어떤 자생 작물들은 세력이 너무 좋아서 자라는 것이 감당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덩굴 작물들은 줄기가 뻗어나가는 세력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장마가 지나고 나니 자생 덩굴 작물들이 너무 많이 뻗어서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러니 별수 없이 방치하고 있는데 그나마 구석진 곳에 널찍하게 심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기들이 마구 뻗어서 주변의 작물들 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자생 작물들이 뻗어있는 자리는 작물과 풀이 너무 무성해서 지나다닐 수가 없다. 옆쪽으로 피해 다녀야 한다. 그런데 이 자생 작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구역이 또 결코 작은 구역이 아니다.
동생과 우스개 소리로 10평 텃밭이면 호박 하나 키우면 끝이겠다고 했는데 자생 호박 하나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10평은 족히 넘는다. 나름 척박한 곳에 심어놓은 건데 저렇게 잘 자라니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싫다고 해야 하나?
수박이며 참외도 덩굴이 너무 무성해서 열매 찾기도 포기했다. 언젠가 크면 보이겠지 하며.
옆 작물들에 피해가 갈까 봐 다른 작물들 옆쪽으로 뻗어나가는 줄기는 인정사정없이 끊어 버렸는데도 역부족이다. 새로운 순들이 더 많이 생기고 더 길게 뻗는다.
작년에 호박 덩굴이 작물들을 감아서 여러 작물을 죽였는데 올해 뻗어가는 자생 작물들을 보니 작년의 호박 악몽이 떠오른다. 동생이 이왕에 키운 거 열매 하나는 따먹고 없애자고 했는데 열매가 익을 때까지 주변 작물이 무사할지 모르겠다. 특히 자생 참외 주변의 고추와 옥수수, 청태 때문에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자생 작물들의 성장세를 보다 보면 작물을 심고 가꾸는 것이 허무해질 때가 있다. 나름 비옥한 땅에 애써서 액비도 주고 물도 주며 키워도 자생작물의 성장세를 못 따라가는 작물이 허다하다. 그래서 동생은 자생 작물들로 텃밭을 꾸려보고 싶다며 사심 가득 담아 토종 종자들로 텃밭 작물들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 자생 작물들이 자란다고 할지라도 별도로 파종도 하고 모종도 키워서 심어야 한다. 어쨌든 자생은 언제 날지 몇 개가 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관리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러니 먹으려고 키우는 것들은 심어야만 한다. 그래도 가끔씩 텃밭에서 자라는 자생 작물들을 보면 왠지 덤을 얻는 것 같은 마음에 횡재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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