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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땅콩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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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밭

갑임 아주머니네 텃밭에 있는 모든 작물들은 가뭄 때문에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옥수수와 땅콩 그리고 이제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한 콩들까지 다 한창 물이 필요한 시기인데  비가 제대로 오질 않으니 일찌감치 수확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작물들에 대한 기대도 없으니 키우기도 귀찮아져서 가능하면 빨리 정리해 버리려고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땅콩 수확을 단행했다.
땅콩은 내가 좋아하는 작물이지만 늘 고추에 치여 제대로 관리해 줄 수 없어서 방치되는 예쁜 놈 중 하나이다. 초반에 나름 북주기도 했지만 수확할 때 보니 북주기를 몇 번 더 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늦게 싹이 나서 아직 제대로 안 여문 땅콩도 있지만 두 번 일할 수는 없기에 그냥 일시에 정리해 버린다.

땅콩을 모두 뽑아서 땅콩만 잘 분리한 후에 집 앞 텃밭에 펴서 말렸다.

수확한 땅콩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알이 작기도 하고 벌레에게 먹힌 것도 많아서 평소보다 수확량이 저조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적은 양도 아니다.

수확하면서 벌레 먹고 안 좋은 땅콩은 모두 텃밭에 버려놨는데 우리 선풍콩과 청자 5호 서리태를 구경하러 오신 점순 아주머니가 텃밭에 버려놓은 안 좋은 땅콩을 보고 멀쩡한 것을 버려놨다며 한주먹 정도를 주워서 생땅콩으로 바로 드신다. 나중에 우리 밭에서 땅콩 이삭 줍기를 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물론 이곳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파치라고 하는 것들은 꽤나 멀쩡한 편이다. 그래서 덕곡댁 아주머니나 갑임 아주머니는 파치라고 해도 열심히 챙겨간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차피 좋은 거 먹으려고 농사를 짓는 거니 궁색하게 안 좋은 것 중에서 나은 것을 골라먹을 생각도 없고, 좋은 것들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한데 안 좋은 것을 싸들고 올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안 좋은 수확물을 꽤 많이 텃밭에 버려버리지만 시골 아주머니들 입장에서는 조금만 손질하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마구 버려버리니 젊은 애들이 아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텃밭에 거름이 되면 그게 또 작물로 돌아가는 건데 참 시야가 좁다.

 

집에 와서 재보니 피 땅콩의 무게가 7kg 정도 된다고 하니 우리 간식으로는 충분하다. 어차피 다른 텃밭에 심겨있는 땅콩도 있어서 우리가 처리하기 벅찰 수도 있다. 뭐 땅콩이야 나눠주려고 하면 얻으려는 사람이 지천이긴 하지만. 

수확 기념으로 조금 삶아 먹어봤는데 역시 우리 땅콩은 맛있다. 점순 아주머니도 생땅콩을 드시면서 '너희 것은 콩비린내가 안 난다'라고 하셨는데 파는 것보다 훨씬 고소한 건 사실이다. 주변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주는 땅콩과 비교해 봐도 맛이 월등하게 좋다. 이러니 매년 땅콩 농사를 지을 수밖에.

 

말리는 것이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일 하나가 끝나서 마음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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