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텃밭 이야기

수난의 귀족서리태

728x90

귀족 서리태 밭

 

지금껏 텃밭을 가꾸면서 짐승들 소위 두더지, 고라니, 멧돼지 등이 작물을 해치는 피해를 크게 당해본 적이 없어서 짐승에 의한 피해를 잘 모르기도 하고 딱히 대비하지도 않는 편이긴 하다. 그래서 다른 텃밭에서 작물에 망을 씌우거나 막대기에 페트병을 꽂아 놓거나 불빛을 내는 막대기를 꽂아 놓는 것을 그저 무심하게 보기만 했는데, 올해에는 우리도 짐승의 소행이라고 생각되는 작물의 피해가 종종 있다. 참외나 가지, 오이, 호박 같은 열매가 갉아먹힌 흔적들이 있는가 하면 팥이나 콩잎이 뜯어 먹혀서 잎의 줄기만 남아 있는 것들도 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귀족서리태는 동물이 새잎을 계속 뜯어먹나 보다. 순을 친 것처럼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이 많다. 팥이나 다른 작물도 잎을 뜯어먹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피해가 큰 것은 귀족 서리태다. 심겨 있는 위치도 접근하기 쉬운 곳은 아닌데 유독 귀족서리태만 전체적으로 어린잎이 죄다 먹히고 없다. 주위에 청태와 오리알태 청서리태 같은 콩이 심겨 있음에도 유난히 귀족서리태만 잎을 족족 뜯어 먹히고 있다. 귀족서리태 잎이 맛있나?

 

잎을 뜯어 먹혀서 그런지 콩 꽃은 정말 많이도 폈었다. 누군가가 콩은 잎이 적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꼬투리도 많이 달렸고 키도 많이 크지 않아서 현재 상태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긴 하다.

 

아직까지 계속 어린잎을 뜯어 먹히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심해지면 우리도 망을 쳐야 하나 고민스럽다. 콩은 그다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되는 것만 먹자 그러면서 방치하고 키웠는데 뜻하지 않게 고라니(로 추정되는)에 의한 피해를 입고 보니 짐승에 의한 피해에 대비를 해야 되나 싶긴 하다. 다른 콩이면 놔뒀겠지만 하필 동생이 좋아하는 귀족서리태라 수확되는 것만 먹자 하고 속 편하게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어차피 먹을 만큼만 수확하면 되는 거라 수확량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 키워놓은 작물을 망쳐버리면 그건 또 나름대로 꽤 속상한 일이다. 

어린잎을 족족 뜯어 먹히고도 잘 자라고 있는 귀족서리태를 보니 대견한 마음 반, 안쓰러운 마음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