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생이 옥수수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옥수수는 대학 찰옥수수다. 대학 찰옥수수 중에서도 얼룩대학 찰옥수수(연농 2호)는 지금까지 먹어본 옥수수 중에서 제일 맛있다. 초반에 심은 옥수수는 인심용으로 많이 쓰기 때문에 온전히 우리만 먹겠다는 사심을 가득 담아 미백 2호와 대학 찰옥수수(연농 1호, 연농 2호)를 7월에 파종했는데 날이 덥고 가물어서 그런지 예상보다 옥수수가 빨리 익었다. 심을 때만 해도 기대가 가득이었는데 텃밭에 수확물이 너무 많고 특히 과일이 많아서 냉장고에 먹어야 할 과일들이 쌓여있다 보니 옥수수를 수확해 먹어야 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날이 가물어서 벌레가 기승이라 옥수수도 적잖게 해충의 피해를 봤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확 적기도 놓쳐서 많이 익은 옥수수를 따게 되었다. 괜히 욕심부리다가 제일 맛있는 옥수수를 맛없을 때에 먹게 된 것이다.
안 좋은 옥수수를 골라내면서 다음에는 대학 찰옥수수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심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수확물 버리는 것은 예사로 생각하는 우리지만 대학 찰옥수수는 버리면서도 미련이 많이 남았다. 아~ 아까워라.
수확한 것들을 가지고 와서 쪄 먹어보니 역시 대학 찰옥수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적당히 찰진 식감에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서 한입 베어무니 '역시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단연코 올해 먹어본 옥수수들(오색, 미니흑찰, 토종흑찰, 미백 2호 옥수수)중에서 제일 맛있다. 작년에는 울타리콩이 대학 찰옥수수를 감아서 쓰러뜨리는 바람에 제대로 못 먹어서 미백 2호 옥수수가 인기를 독차지했었는데 여전히 우리 입맛에는 대학 찰옥수수가 제일 맛있다.
연농 1호는 미백옥수수이고 연농 2호는 얼룩 찰옥수수인데 연농 2호는 연농 1호보다 단맛이 강하다. 물론 연농 1호도 다른 옥수수보다 훨씬 고소하고 맛있다. 미백 2호는 대학 찰옥수수보다 더 찰진 식감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찰진 것 외에는 특별함이 없는 옥수수다. 같이 먹어보면 미백 2호는 영 심심한 맛이라 사람들이 미백 2호 옥수수가 맛있다고 극찬하는 것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옥수수는 수확한 이후부터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맛있게 먹으려면 아침에 수확해서 바로 쪄 먹어야 한다. 더욱이 우리는 설탕이나 소금을 넣지 않고 옥수수만 찌기 때문에 옥수수가 맛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옥수수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주는 옥수수를 선뜻 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옥수수는 농사짓는 사람이면 누구나 심고 흔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맛있는 옥수수를 구하기는 참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옥수수 농사는 포기할 수가 없다.
수확적기를 놓쳐서 아쉬움이 많이 남은 대학 찰옥수수이긴 하지만 조금 늦게 수확했어도 여전히 제일 맛있는 옥수수임은 틀림없다. 같이 수확했던 토종흑찰옥수수보다도 맛있어서 옥수수만은 토종을 심지 말고 그냥 개량종인 대학 찰옥수수와 미백 2호 옥수수를 심어야겠다고 동생과 합의했다. 아무렴 맛있는 것으로 심어야지.
수확한 대학 찰옥수수를 한꺼번에 다 쪄서 먹고 남은 것은 알알이 까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밥에 올려먹거나 콘치즈 같은 간식을 해 먹을 때 요긴하다. 고소한 맛이 있기 때문에 깐 옥수수도 나쁘지 않다. 사실 통으로 보관해서 쪄먹어도 되지만 냉동실이 이미 포화상태라 부피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의 최애 간식인 옥수수이지만 올해는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꼭 잘 키워서 맛있을 때 먹으리라 다시금 의지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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