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이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하더니 익는 것이 하나둘 생긴다.
아주머니들에게 듣기로는 팥은 탈립이 심하기 때문에 꼬투리가 마르면 바로바로 따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꼬투리가 익은 게 생긴 이후로는 매일 살펴서 따줘야 한단다. 녹두와 동부콩처럼 꽤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키울 때는 방치하고 키웠지만 수확이 시작되면 매일 따고 까서 말려야 하기 때문에 꽤 많은 시간을 팥 수확에 저당 잡힌다.
갑임 아주머니는 팥을 좋아하긴 하지만 키우기도 힘들고 일이 많아서 안 키운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도 매일 수확을 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지라 안 키우는 그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다.
다행인 건지 올해 팥 농사는 정말 망해서 살아남은 팥도 몇 개 없고 꼬투리 달리고 있는 것도 양이 적어서 수확해서 까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
뒤늦게 꽃이 핀 앵두팥을 제외하고는 모두 익은 꼬투리들이 몇 개씩 생겼는데 가장 먼저 달린 오십일 팥과 호박 덩굴사이에서 어렵게 크는 검정팥, 집 앞 텃밭의 자생 비단팥을 수확했다. 팥은 잘 말려서 보관해야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는데 작년에 상온에서 보관했다가 벌레가 생겨서 고생했었기 때문에 올해는 마른 팥이든, 풋 팥이든 모두 냉동실에 보관하기로 했다.
노랗게 익은 팥 꼬투리를 수확해서 깐 후에 풋 팥과 마른 팥을 구분하고 풋 팥은 풋 팥대로, 마른 팥은 마른 팥대로 모아서 보관한다. 팥 중에 당도가 제일 높다는 오십일 팥은 맛을 보고 내년에 주력으로 심을지를 결정할 거라 따로 보관한다.
팥은 익는 대로 수확하다 보니 수확하는 대로 시나브로 모아야 한다. 그야말로 팥 모으기 대장정이다. 아직까지 양은 적지만 앞으로 모을 날을 대비하여 다들 한 그릇씩 차지하고 냉동실에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자그마한 소망은 오십일 팥이 종자 할 만큼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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