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텃밭에 검정 울타리콩은 하나 둘 꼬투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갑임 아주머니네 텃밭에 있는 검정 울타리콩은 이제 꽃이 만발했다.
텃밭 일에 치여 갑임 아주머니네 텃밭은 잘 가질 않고 방치하고 있는데 날이 너무 가물어서 그곳에 대거 심겨있는 콩들이 다들 상태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동생의 말처럼 콩 따위를 물을 주며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수확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어차피 내년에는 농사를 짓지도 않을 거라 올해만 잘 버티자 하는 마음 가짐으로 농사를 포기하기도 했고 이 텃밭에서 나오는 수확물은 대부분 우리가 먹질 않으니 딱히 정성 들여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아주머니들에게 볼 일이 있을 때 가서 한 번씩 텃밭을 둘러보긴 하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검정 울타리콩과 울타리 밤콩이 꽃이 피기 시작했다. 검정 울타리콩이야 작년에 우리가 심어서 종자를 남겨둔 거였지만 울타리 밤콩은 나눔 받은 씨앗이라 단 4개만 있는 것인데 콩이라고 천대하여 갑임 아주머니네 밭에 몽땅 심어놨다. 종자를 얻을 생각도 없고 울타리 밤콩을 먹을 생각은 더더욱 없지만 '밤콩밤콩' 노래를 부르던 갑임 아주머니에게 종자를 만들어 주려고 심어놓은 것이다.
잘 키워서 따먹으라고 했지만 갑임 아주머니도 본인의 농사가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검정 울타리콩보다는 꽃이 먼저 폈기 때문에 현재 꼬투리가 생기긴 했지만 물이 없어서 그런지 콩 꼬투리가 작아도 너무 작다. 콩이 열리기는 할까? 의심이 들 만큼. 작년에 울타리 밤콩은 꼬투리가 제법 크게 달리던데 땅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종자가 다른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두둑 안에 심어서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울타리 밤콩과는 달리 검정 울타리콩은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지주대 삼아 심은 흑마 1호 옥수수를 3개나 넘어뜨리고 아주 무성하게 뻗고 있다. 콩이 익는 시기가 비슷하다 보니 수확하러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치하고 있는 와중에도 무난히 잘 크고 있는 콩은 검정 울타리콩밖에 없는 것 같다.
점순 아주머니와 갑임 아주머니 따 먹으라고 심어놓은 콩이지만 막상 콩이 달리면 따서 갖다 드려야 될 테니 짬을 내서 둘러보러 오긴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