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은 동생과 내가 좋아하다 보니 의외로 쓰임이 많은 작물이다. 그래서 매년 생강을 심긴 하는데 처음에는 텃밭이 작아서 생강을 많이 못 심고 고작 6조각, 12조각 정도만 심을 수 있었다. 겨우 우리 일 년 쓸 생강 정도만 수확했기 때문에 김장에 쓰고, 생강청을 만들고 요리에 쓸 생강을 조각내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나면 다른 용도로 쓸 생강이 없었다.
동생의 로망이 생강가루를 만드는 것이라 텃밭이 넓어진 작년에 본격적으로 생강을 kg단위로 심고 많이 수확하면 생강가루를 만들어야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여름 폭염에 죽고 잘 자란 생강은 가을에 호박 덩굴이 감아 죽여서 심은 것 대비 아주 초라한 수확량을 기록했었다.
우리의 생강 농사는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반에는 의지를 가다듬어 잘 키워보겠다고 열심히 비옥한 생강밭을 만들고 생강을 심지만 다른 작물들(특히 고추)을 키우는 게 바빠지기 시작하면 생강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 거들떠도 안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나름 신경 써서 키워본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방치하고 키우게 되다 보니 어떤 때는 생강의 수확량이 아주 좋고 어떤 때는 수확량이 비참할 지경인데 그 원인을 잘 모르겠다.
작년 생강 농사가 폭망 했기 때문에 올해는 세 개의 텃밭 이곳저곳에 생강을 분산시켜 심어놨는데 어떻게 해야 잘 자라는지 모르니 '어디 한 군데만이라도 제대로 자라거라'하는 마음으로 실험정신을 발휘한 까닭이다.
주력 생강밭은 집 앞 텃밭이지만 농장 텃밭과, 갑임 아주머니네 텃밭에도 노파심으로 생강을 심어놨었는데 올해는 폭염이 지속되고 가뭄이 심했던 것에 비해 농장 텃밭과 집 앞 텃밭의 생강은 꽤 잘 자랐다.
이대로라면 동생의 기대대로 생강가루를 만들 수도 있겠다.
'일상 > 텃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인 홍산마늘 (0) | 2024.10.21 |
---|---|
수확을 기대하진 않습니다(자생 이모작 작물들) (1) | 2024.10.20 |
쪽파 이야기 (2) | 2024.10.18 |
강황꽃이 피었습니다 (0) | 2024.10.17 |
텃밭의 애물단지(메리골드, 순천동파) (7) | 202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