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텃밭을 경운을 하지 않고 식물 잔사를 쌓아두다 보니 심은 자리에 이삭이 떨어져 자생으로 나는 작물들이 꽤 있다. 텃밭을 열심히 가꾸는 편이 아니다 보니 딱히 작물이 자라는 곳이 아니면 자생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제법 자란 자생 작물들을 보게 된다.
검정동부콩을 심었던 자리에 이삭이 떨어져서 새로 난 검정동부콩이다.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콩 꼬투리가 많이도 달렸다. 검정동부콩의 지금 달리는 열매는 해가 짧아져서인지 여름보다는 늦게 익고 검은색이 제대로 발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검정동부콩을 보관하고 있는 것도 이미 많기 때문에 딱히 수확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예쁘게 익어가는 열매를 보니 때가 되면 아깝다고 또 수확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이 의심스럽다.
녹두를 베어낸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녹두다. 사실 녹두는 꼬투리를 버려둔 여기저기서 싹이 나서 자라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꼬투리까지 제대로 달린 녹두는 드물기는 하다. 역시 일장이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져서 저 녹두가 제대로 익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녹두 까기에 지쳐서 녹두는 두 번 다시 심지 말자며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는데 자생으로 자라서 꼬투리까지 달려 있는 녹두를 뽑지 않고 놔두는 걸 보니 아직 고생을 덜 했나 보다.
우리 텃밭에서 가장 많이 여러 번에 걸쳐 자생하는 감자다. 갑임 아주머니는 우리 텃밭에서 툭하면 자생 감자가 자라는 걸 보고 너희는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며 부러워하셨다. 사실 감자를 잘 안 먹는 우리에게는 자라 봐야 별 쓸모없는 가을 감자인데(봄 감자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감자를 수확한 자리에서 꼭 몇 개씩은 자생으로 감자가 자란다. 나름 봄감자를 꼼꼼하게 수확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저렇게 이삭 감자가 자라니 탓하려면 내 손을 탓해야지.
알감자나 달릴 수 있을까 싶게 늦게 싹이 났는데 꽃이 피려고 하고 있는 걸 보니 알 감자 구경은 하겠구나.
수박을 먹고 나면 수박 껍질을 텃밭에 버려 두기 때문인지 어느 날 갑자기 수박이 자라더니 착과까지 됐다. 서리 내리기 전까지 익기는 힘들 것 같으니 이 수박은 그저 관상용이다. 그래도 조금씩 커지고 있어서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작심하고 잘 키워보려는 작물은 제대로 안 자랄 때도 많은데 기대하지 않았던 자생 작물들은 따로 돌보지 않아도 저렇게 알아서 잘 자라고 있으니 위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 참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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