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수확을 끝내고 나니 구강이 많이 생겼다. 구강은 종자로 심었던 생강을 말하는 것인데 먹어도 되고 약재로 쓰기도 해서 약생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토종생강의 구강들은 상태가 너무 멀쩡해서 아까울 정도인데 올해 우리는 우리가 먹고 남을 정도의 생강을 수확했기 때문에 굳이 구강까지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따로 보관하기는 여의치 않으니 감자처럼 가을에 묻어놓으면 봄에 자생으로 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실험적으로 생강을 수확했던 자리에 구강을 깊숙이 묻어놨다. 어차피 생강 종자는 남겨놨으니 구강이 싹이 나지 않는다면 생강을 다시 심으면 되고 만약 싹이 나서 자란다면 앞으로 생강은 따로 종자를 남길 필요 없이 구강을 종자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한겨울에 얼지 않도록 땅속 깊이 묻어놨다.
감자를 보면 감자를 따로 보관하는 것보다 땅에 묻어놓은 것이 훨씬 상태가 좋았는데 과연 생강도 그럴는지 모르겠다.
생강은 연작피해가 있는 작물이라 심었던 자리에 다시 심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근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연농법으로 작물을 키우는 곳은 연작피해가 없다고 하니 생강도 연작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같은 자리에 묻어뒀다. 연작피해가 심하다는 감자도 계속 같은 자리에서 자라도 괜찮기도 했어서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있는 데다 어차피 잘 안 자란다고 해도 이건 실험용이라 괜찮다.
생강을 묻어두었기 때문에 수확하고 버린 생강 줄기들을 덮어줬다. 작물의 잔사들은 그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작물의 잔사를 거름 되라고 덮어준 것이다. 호박밭을 정리하면서 호박덩굴도 쌓아뒀다. 겨우내 삭아서 좋은 거름이 되라는 것이지만 땅이 얼지 않게 보온해 주는 효과도 있다.
구강을 묻어놓고 찾아보니 토종생강의 구강을 다시 종자로 사용하는 경우 햇생강을 종자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한다. 묻지 않은 구강은 잘 보관해 놨다가 내년에 다시 심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묻어놓은 구강이 자생으로 잘 자라기를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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