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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무성한 가지 동생과 나는 가지를 잘 먹지 않는다. 식감이며 맛이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자의적으로 찾아서 먹을 일이 전혀 없는 채소인데 이상하게도 텃밭에 없으면 서운하니 구색용으로 매번 키우게 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늘 수확량이 너무 많아 고민인 가지인지라 올해는 단 한 주만 키웠다. 안 먹는 작물이라고 천대하는데도 늘 너무 잘 자란다. 작년에 수확하는 가지를 세어봤었는데 한 주에 백개가 넘는 가지를 수확했었다. 올해도 수확한 가지가 이미 백개를 넘긴 것 같다. 우리는 잘 안 먹기 때문에 수확한 가지는 대부분 나눔 해 버리는데 나눔을 받았던 아랫집 아주머니나 텃밭 인근 철도역에 근무하는 언니가 우리가 주는 가지가 맛있다고 칭찬을 거듭한다. 가지 맛을 모르는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지만. 우리도 올해 먹어본 가지.. 더보기
지렁이 분변토 만들기 우리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지렁이 분변토에서 작물을 키우면 작물이 잘 자라고 훨씬 맛도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우리에게 얻어먹으려고만 하지 본인들이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서 작물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지렁이 분변토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이 관행농업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도 아닌데 지금껏 해왔던 농업방식을 바꾸는 게 시골 사람들의 특성상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지렁이 분변토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이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자신들이 못한다고 변명하려는 것처럼. 꽤 많은 사람이 지렁이 분변토에 관심을 보이는데도 정작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서 작물을 키우는 사람이 드문 것은 저변에 이런 인식이 있기 때문인가 보다. 지렁이 분변토로 농사를.. 더보기
청태와 생강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빈 공간에 이리저리 작물을 심다 보니 생강을 심어놓은 곳 앞쪽으로 뒤늦게 청태를 심게 되었다.워낙 생강을 여기저기 심어놓았던 부분도 있고, 심고 남은 청태 종자를 처리하기 위해  뒤늦게 심기로 한 것이라 따로 밭을 만들 여력이 없기도 해서 생강 앞 빈 공간에 청태를 심었던 것이다. 콩이나 생강이나 워낙 방치하고 키우는 작물들이라 전혀 관심이 없다가 일찍 심었던 콩들을 하나 둘 수확하다 보니 수확할 때가 되었는지 콩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생강 앞에 심겨있는 청태의 상태가 유난히 좋다.가뭄으로 인한 피해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충해도 별로 없는 것 같다집 앞 텃밭이나 갑임 아주머니네 텃밭에도 유독 생강 옆에 있는 콩들이 열매도 많이 달리고 상태도 좋다. 역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년에.. 더보기
우리 텃밭의 허브들을 소개합니다 동생의 호기심 덕분에 우리 텃밭은 늘 꽤 많은 종류의 작물들이 자란다. 조그마한 텃밭에서도 30종~50종 정도를 키웠었으니 텃밭이 넓어진 지금은 심겨있는 종류를 다 세지도 않는다(어차피 많을게 뻔하니까). 유기농으로 작물을 키우다 보니 해충기피 효과가 있는 허브들을 작물 사이사이나 텃밭 가장자리 곳곳에 심어서 키우고 있는데 어느 날 세어보니 꽤 많은 허브들이 자라고 있었다. 허브와 작물을 함께 키우면 해충방제 효과도 있지만 작물의 맛도 좋아지게 한다고 해서 동반작물로서 허브들을 의지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몇 번을 심었어도 싹이 안 나서 못 키운 것(오레가노, 타임, 캣닢등)도 있고 심었다가 잡초에 치여 죽인 것(탄지, 차이브 등)도 있다. 현재 집 앞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허브들을 모아봤다(물론 이것이 전.. 더보기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인 홍산마늘 요즘 홍산마늘밭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하지가 않다. 마늘이 너무 잘 자라는 거 같다. 월동하는 작물들은 너무 안 자라도 너무 많이 자라도 겨울을 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비가 와서 그런지 며칠 만에 부쩍 마늘이 컸다. 이렇게 잘 자라면 월동을 할 수나 있을까 걱정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홍산마늘 통마늘을 심었는데 인편으로 심었을 때보다 싹도 더 빨리나고 자라기도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지금 자란 크기로 보면 우리보다 2~3주 전에 마늘을 심은 곳과 비슷한 크기로 자랐다.계속 비소식이 있다 보니 힘없이 쑥쑥 크기만 할까 봐 걱정이다. 잔사를 삭힌 흙은 보습력이 좋아서 비가 오면 작물이 부쩍 자라곤 하는데 지금의 홍산마늘밭이 딱 그렇다. 그래도 한지형 마늘인데 어쩜 이렇게 빨리 자라지? 지금껏 마늘을 키우면.. 더보기
수확을 기대하진 않습니다(자생 이모작 작물들) 우리는 텃밭을 경운을 하지 않고 식물 잔사를 쌓아두다 보니 심은 자리에 이삭이 떨어져 자생으로 나는 작물들이 꽤 있다. 텃밭을 열심히 가꾸는 편이 아니다 보니 딱히 작물이 자라는 곳이 아니면 자생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제법 자란 자생 작물들을 보게 된다. 검정동부콩을 심었던 자리에 이삭이 떨어져서 새로 난 검정동부콩이다.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콩 꼬투리가 많이도 달렸다. 검정동부콩의 지금 달리는 열매는 해가 짧아져서인지 여름보다는 늦게 익고 검은색이 제대로 발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검정동부콩을 보관하고 있는 것도 이미 많기 때문에 딱히 수확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예쁘게 익어가는 열매를 보니 때가 되면 아깝다고 또 수확을 하게 되는.. 더보기
생강 근황 생강은 동생과 내가 좋아하다 보니 의외로 쓰임이 많은 작물이다. 그래서 매년 생강을 심긴 하는데 처음에는 텃밭이 작아서 생강을 많이 못 심고 고작 6조각, 12조각 정도만 심을 수 있었다. 겨우 우리 일 년 쓸 생강 정도만 수확했기 때문에 김장에 쓰고, 생강청을 만들고 요리에 쓸 생강을 조각내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나면 다른 용도로 쓸 생강이 없었다.동생의 로망이 생강가루를 만드는 것이라 텃밭이 넓어진 작년에 본격적으로 생강을  kg단위로 심고 많이 수확하면 생강가루를 만들어야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여름 폭염에 죽고 잘 자란 생강은 가을에 호박 덩굴이 감아 죽여서 심은 것 대비 아주 초라한 수확량을 기록했었다.  우리의 생강 농사는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반에는 의지를 가다듬어 잘 키워보겠다.. 더보기
쪽파 이야기 텃밭을 지나가시던 덕곡댁 아주머니가 '너희 쪽파 좋네'하며 쪽파에 눈독을 들이신다(덕곡댁 아주머니는 예전에 농사를 꽤 잘 지으셨던 분이라 좋은 건 기가 막히게 잘 아신다. 시골 사람답지 않게 안목이 있다). 우리 쪽파가 좀 좋긴 하지.커피찌꺼기와 잡초를 쌓아 삭힌 곳에 밭을 만들고 심어놔서 그런지 발아도 빨리되고 자라기도 엄청 잘 자란다. 원래 김장에 쓸 용도로 심은 쪽파인데 너무 빨리 자라서 곧 수확해서 파김치 한번 담아야 할 각이다.갑임 아주머니는 우리보다 쪽파를 먼저 심었는데도 쪽파 길이가 우리 쪽파 길이의 반밖에 안되는데 그럼에도 본인의 쪽파가 아주 뿌듯한지 우리한테 '줄까?'라고 물어보곤 한다. 쪽파 자랑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갑임 아주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쪽파와 부추는 지렁이 분변토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