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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강황꽃이 피었습니다 강황꽃이 피었다.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황은 '심었습니다'로 시작해서 '수확했습니다'가 키우기의 전 과정인 그야말로 방치해서 키우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심고 나면 수확할 때까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심지어 올해는 강황 심은 자리를 표시해 두지도 않아서 강황을 심었던 자리에 다른 작물을 파종하여 뒤늦게 자라는 강황이 작물들 틈새에서 자란 경우도 있었다. 매번 심지만 워낙 방치해서 키우니 어떻게 자라는지 소위 성장 과정을 하나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꽃이 핀다는 것도 몰랐었다. 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강황이 꽃핀 모습을 처음 보게 되어서 '아~ 강황이 꽃도 피는구나'하며 동생과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것에 신기해했었다. 여전히 강황은 방치되어 크고 있는 작물이라 강황꽃은 잘 볼 수 없으니 봤을 때 기록을 남겨놔.. 더보기
텃밭의 애물단지(메리골드, 순천동파) 남들은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방치하고 있어도 너무 잘 자라는 작물들이 있는데 그중에 쓰임이 적은 작물들은 때로 잘 자라는 것이 골치가 아프다.메리골드는 고추의 동반작물로 심어놓은 것인데 누구는 뱀도 막아준다고 하고 벌레 기피 효과가 좀 있는지라 그냥 놔두고 키우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잘 자라서 주변 작물들이나 다니는 길에 방해가 되니 살짝 성가신 면이 있긴 하다.바질과 메리골드 사이에서 크는 배추가 벌레도 안 먹고 깨끗하게 크고 있는 중이라 메리골드를 베지 않고 놔두고 있긴 한데 한 주가 저렇게나 가지를 많이 뻗으니 다음에는 작물 심는 두둑에는 심지 말자고 자책하고 있는 중이다.비가 오고 나니 갑자기 꽃이 엄청 많아졌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는 재미가 있으려나?탐스럽게 피어있는 꽃이 .. 더보기
청태 수확 올해 콩을 여러 종류로 심긴 했지만 콩은 작년에 처음 심어본 거라서 콩 농사에 관해 아는 것이 쥐뿔도 없다. 게다가 우리는 콩을 심은 이후 풀 몇 번 매주는 것 외에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서 키우다 보니 콩을 키우는 방법이나, 잘 키우기 위한 노하우도 아는 것이 없다. 콩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니라 수확되는 콩도 다 못 먹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실제로 작년에 수확한 콩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콩 수확량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수확되는 대로 먹으면 되지 하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충대충 콩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는 가뭄이라는 복병을 만나 콩 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게다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콩이 너무 빨리 익는 것 같다. 작년에는 11월에 청태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벌써 .. 더보기
목화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꽃이 이쁘다며 목화씨를 심어보라고 줬다. 정말 심고 싶지 않았지만 준 성의를 생각해서 집 앞 텃밭에 심어놨는데 이것이 너무 잘 자라서 옆에 있는 취나물을 다 덮어버렸다. 역시 민폐 작물이다.이왕 키운 거 꽃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키우다가 열매가 몇 개 열리고 난 후에 후딱 정리해 버렸는데 목화에 별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달리 동생은 키우는 게 나쁘지 않았는지 잘 익은 열매 2~3개를 따서 채종까지 해놨었던가 보다. 올해 심을 곳을 찾길래 그걸 꼭 심어야겠냐며 타박하다 채종해 놓은 씨앗이 아까워서 농장 텃밭 주변 안 쓰는 땅에 환경 미화를 위해 심기로 결정하고 씨를 뿌려놨었다. 땅이 워낙 안 좋은 곳이라 '나면 좋은 거고 안 나도 어쩔 수.. 더보기
마늘 싹이 올라왔어요 10월 5일에 심었던 마늘이 하나 둘 싹이 나기 시작했다. 심은지 일주일 만에 싹이 나는 건데 예년보다 싹이 빨리 올라온 것 같다. 기온이 높고 땅이 좋아서 그런가? 더 늦게 심은 집 앞 텃밭의 단영마늘도 싹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아마 땅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집 앞 텃밭에는 배추 때문에 지렁이 분변토 액비를 자주 주다 보니 아무래도 같이 심겨있는 작물들이 그 덕을 보고 있는 중이다. 마늘은 밭도 대충 만들고 심기도 대충 심었었기 때문에 제대로 자랄지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여기저기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좀 안심이 된다. 홍산마늘 통마늘도 올해 처음 심어 보는 거고, 단영마늘 주아도 올해 처음 심어 보는 것이라 올해 마늘 농사는 실험적 성격이 강한데 그래도 이왕 심은 거 잘됐으면 좋겠.. 더보기
콩까기 삼매경 콩을 수확했으니 콩탈곡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콩 꼬투리가 대부분 갈색으로 변한 콩을 베서 3~5일 정도 말리면 콩 꼬투리가 완전히 마르는데 그러면 탈곡을 해야 한다. 요즘은 기계로 수확하는 경우도 있고 규모가 크면 탈곡기로 탈곡을 하는데 우리 주변의 텃밭농들은 대부분 도리깨로 두드려서 탈곡을 한다. 우리처럼 소규모로 콩 농사를 지으면 도리깨질도 우습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포대로 싸서 잘근잘근 밟아서 탈곡하라고 조언을 하신다. 그러나 우리는 집안에서 작업을 하려 하니 먼지 날릴까 봐 일일이 손으로 까서 탈곡을 한다. 현재 수확한 콩은 선비콩과 아주까리밤콩, 오리알태인데, 부피를 줄이기 위해 콩 꼬투리만 따서 집으로 가져왔다. 이제 시나브로 콩을 까야한다. 지금은 배추에 액비를 주느라고 바쁘기 때문에 사.. 더보기
나는 강황 입니다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텃밭을 지나가던 트럭이 멈추더니 사람이 내려서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뭐지? 우리가 아는 사람은 아닌데? 일을 멈추고 몸을 일으키니 '이모님, 저 작물은 뭐예요?'라고 묻는다. '아하~' 안 봐도 비디오다. 우리 텃밭에서 남들이 '이건 뭐예요?'하고 물어볼 작물은 딱 하나, 바로 강황뿐이다. 이 지역에서는 강황을 심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강황을 가리키며 저건 무슨 작물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풀에 묻혀 있는 우리 텃밭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네팔에 있었을 당시 추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시골에 내려온 첫해부터 동생은 강황을 심었다. 처음에는 쓰임새가 많은 것도 아닌데 잘 몰라서 엄청 많이 심고 엄청 많이 수확을 했더랬다.. 더보기
풋호박 필요하신 분~ 찬 바람이 불면 감당 못하게 쏟아지는 풋호박 처리를 고심해야 한다(호박의 어린 과실을 애호박이라고 하는데 길쭉한 애호박과 구분하기 위하여 우리는 풋호박이라고 부른다). 작년에는 주변 식당이라는 식당에는 모두 한 번씩 풋호박을 나눠줬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호박을 더 적게 심은 데다 나름 척박한 곳을 골라 심었는데 우리의 기대를 벗어나 호박이 너무 잘 자란 데다 열매도 너무 많다. 호박을 안 먹는 우리로서는 이런 호박 풍년이 살짝 난감하다. 호박이 늙은 호박으로 숙성되는 기간이 착과 후 50~ 60일이라고 한다. 고로 지금 열리는 호박들은 늙은 호박으로 만들 수가 없으니 풋호박일 때 빨리 소진해야 한다.날씨가 선선해지면 호박들은 새로운 순들이 무섭게 뻗기 시작하고 덩달아 풋호박도 많이 달리게 된다. 매일 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