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음식 이야기

노각김치 날이 가물어서 작황도 별로 좋지 않고 수확량도 엄청 줄어들긴 했지만 수확물이 하나도 없는 다른 텃밭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매일 조금씩 수확할 것이 나온다. 정말 반갑지 않지만.사과참외를 수확하러 간 김에 수확해야 할 것들을 몇 개 수확해 왔는데 역시 오이가 대박이다. 땅에 기는 노각이 너무 많아서 비 오면 물러질까 봐 익은 것들을 수확해 왔더니 노각만 6개다. 게다가 오이도 5개나 땄다.  잘 안 먹는 것들이 많이 수확되면 대략 난감하다. 오이는 특유의 물맛 때문에 잘 먹지 않지만 노각은 그렇지 않아서 작년에도 노각은 제법 여러 번 무쳐먹긴 했다. 노각의 오독오독한 식감이 너무 좋긴 한데 노각의 크기가 좀 큰 데다가 저렇게 6개나 한 번에 나오면 우리가 처리하기엔 많은 양이긴 하다. 이미 나눠줄 만한 사.. 더보기
오이맛살초무침 누구나 추억의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즐겨 먹지 않지만 어렸을 때 먹었던 기억이 가끔 떠오르는 오이맛살초무침이 그렇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손님 대접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잡채와 오이맛살초무침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거하게 상을 차릴 때 가끔 생각이 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동생과 나는 오이를 잘 안 먹기 때문에 노각을 얻기 위해 키우는 오이가 수확이 많이 되면 아주 곤란하다. 한 번에 많이 수확되면 그냥 오이 좋아하는 아랫집에 갖다 드리지만 하루에 한 개 두 개씩 나오면 남 주기도 뭣하니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오이 처리를 고심하다 어렸을 때 잔치음식으로 각인된 오이맛살초무침이 생각나서 아주 오랜만에 오이맛살 초무침을 해본다. 오이맛살초무침은 동생의.. 더보기
콩국수 콩들이 꽃이 피고 꼬투리가 달리니 작년에 수확해서 보관하고 있던 콩들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워낙 콩을 안 먹다 보니 콩은 밥에 올려 먹는 거 외에 별 쓰임이 없다. 그나마 밥밑콩도 불리기 귀찮다고 완두콩이나 동부콩 같은 풋콩을 이용하다 보니 백태와 청태, 서리태를 쓸 일이 요원하다. 콩 처리를 모색하다 동생이 블친에게 콩국수를 해 먹으면 콩을 다량 소진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콩국수를 해 먹자고 한다. 국수를 좋아해도 딱히 콩국수를 좋아하진 않아서 콩국수를 해 먹진 않았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콩국은 우묵이랑 먹는 게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딱히 콩국수가 먹고 싶진 않지만 한번 해 먹어보고 맛없으면 그냥 콩국으로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콩국수를 만들어본다. 제일 먼저 백태를 이용.. 더보기
찐 옥수수 찐 옥수수는 동생과 나의 최애 간식이다. 옥수수를 4월부터 7월까지 순차적으로 심으면 7월부터 9월까지 꾸준히 수확해 먹을 수 있다.현재 우리 텃밭에서 수확 중인 옥수수는 미백 2호 옥수수이다.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옥수수인데 오색옥수수 때문에 기대감이 낮아져서 그런지 올해 미백 2호 옥수수는 꽤나 맛있다.동생의 이야기로는 미백 2호 옥수수는 다른 옥수수와 교잡이 되면 특유의 찰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미백 2호 옥수수는 텃밭 구석 다른 작물과 동떨어진 곳에 모아서 심어놨다.  먹는데 공을 들이는 성향이 절대 아니지만 옥수수는 아침에 수확하는 게 제일 맛있다고 해서 새벽 5시에 텃밭에 가서 옥수수를 수확해 왔다. 손질해서 바로 쪘더니 아침부터 옥수수 익는 구수한 냄새가 주방에 가득이다.하나 .. 더보기
복숭아잼 만들기 아랫집 아주머니가 복숭아를 5개 주셨다.이곳 동네분들은 우리 텃밭 수확물을 꽤 얻어드시기 때문에 음식으로 갚으시는 분들이 꽤 많다. 정이 많은 아랫집 사람들은 먹을 것이 생기면 늘 나눠주려고 하지만 우리가 먹는 양도 많지 않고 우리 텃밭 수확물이 너무 많은 이 시기에는 먹을 것을 받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라 대부분 거절하는데 과일을 좋아하는 동생이 가끔씩 과일은 받으니 과일이 생길 때마다 주곤 하신다.문제는 내가 과일을 잘 안 먹다 보니 요즘같이 텃밭에서 나오는 과일(수박, 참외)이 있을 때는 과일 처리도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미 냉장고에 수박과 참외, 방울토마토, 카페에서 주는 바나나가 한가득인데도, 동생에게 맛은 없지만 설탕에 조려 먹으면 된다고 복숭아를 강권하시니 단호히 거절하기는 어려웠.. 더보기
토마토소스 동생의 블친이 직접 키운 토마토로 토마토소스를 만든 내용을 포스팅했는데 '역시 대기업의 맛은 따라갈 수가 없다'라는 평을 남겨서 동생과 내가 웃음을 금치 못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나는 먹거리들이 공장을 거치면 좋아질 수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아쉬울 때나 먹는 것이지 맛이나 영양을 생각한다면 절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공장표 음식이다.일단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재료가 좋은 것일 리는 만무하고 요즘 같이 외국인 근로자도 많은 공장의 생산 환경을 생각할 때 제대로 된 위생 관념이나 제조 공정이 잘 지켜진다고 믿기도 어렵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공장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춧가루도 못 사 먹는데 양념은 말해 무엇하리. 나는 시골 사람들이 파는.. 더보기
녹두 빈대떡 올해 처음으로 녹두를 심어서 수확했다. 콩을 즐겨 먹지 않는 우리는 녹두도 그 쓰임이 많지 않다. 거의 숙주나물을 만들 때 쓰거나 가끔 오리 백숙을 끓일 때 녹두죽을 만들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동생이 숙주나물을 키운다고 샀던 녹두가 2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그러니 녹두를 먹겠다고 키우는 것은 아님이 분명한데 수확하고 말려서 까는데 손이 많이 가다 보니 녹두를 까던 동생이 오기가 생겼는지 별안간 수확한 녹두로 빈대떡을 부쳐 먹자고 한다. 녹두 빈대떡도 시골 내려와서 처음 해보는 음식이다. 만드는 방법이야 알지만 먹는 사람이 없어서 집에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전을 잘 안 먹는 동생이 해 먹자고 하는 걸 보니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름은 녹두 빈대떡이지만 빈대떡을 가장한 야채 전이다. 녹두를 .. 더보기
깻잎전 나는 가끔 동생을 보면 꼭 먹기 위해 사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늘 끼니마다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먹으려는 동생의 욕구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음식을 몇 시간씩 들여가며 해야 하는 걸까?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좋은 음식이란 것이 꼭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동생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늘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 많다.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먹는데 시간을 많이 쓰기 싫어하는 나와는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며칠 전부터 동생이 깻잎 전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기름기 많은 전이나 부침, 튀김을 잘 안 먹는 동생이 전이 먹고 싶다고 하니 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이 기.. 더보기